대전시립미술관에 방문하셨다면, 정문 옆쪽에 자리한 열린수장고를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소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있지만, 이 공간 안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열린수장고는 말 그대로 ‘열려 있는 수장고’로, 보통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미술관의 작품 보관 공간을 관람객에게 개방한 곳입니다. 보관과 전시가 함께 이루어지며, 작품이 쉬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 방식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21시까지 운영

현재 이 열린수장고에서는 두 가지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하나는 4월 1일부터 8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유근영 작가의 개인전 ‘엉뚱한 자연’, 또 하나는 12월 21일까지 계속되는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흔적’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마치 미술관 안의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과 한층 더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먼저 소개할 전시는 ‘엉뚱한 자연’입니다. 대전 지역을 대표하는 원로작가 유근영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작가 특유의 색채감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회화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자연과 우주, 그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시선은 때로는 엉뚱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단순히 예쁜 그림을 넘어서 자연을 바라보는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 작품들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만의 감정을 투영하며 조용히 작품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이어지는 ‘흔적’ 전시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선별해 소개하는 기획전입니다. 사진,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이 전시는 우리 주변의 삶, 기억, 시간이 남긴 자취를 담아내고 있어요. 황규태, 최원진, 한운성, 송번수, 임동식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시선과 감각으로 표현된 작품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그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드로잉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감정의 흐름을 고스란히 전합니다. 판화는 반복과 층위 속에서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이 ‘흔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른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걸어옵니다.

열린수장고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미술관의 숨겨진 얼굴을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작품이 어떻게 보관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전시로 이어지는지 자연스럽게 엿볼 수 있기에 관람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됩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원로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과 현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도가 함께 어우러져, 세대를 넘어서는 예술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을 찾는다면, 정문 옆 열린수장고에도 꼭 한 번 들러보세요. 조용한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때로는 그 엉뚱함 속에서, 또 때로는 사라져간 흔적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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