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곳곳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펼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

'우리동네 문화산책'시리즈에서는

지역의 예술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문화·예술 공간을

소개해드릴 예정이랍니다.


예술로 깃든

향기나무 게스트하우스

전주한옥마을 향교 쪽을 걷다보면 ‘향교길68’ 이라는 3층 양옥 건물이 보인다. 노란 원형간판에 검은 글자 향교길68이 선명합니다. 1층은 갤러리 ‘향교길68’로 전시장과 상품관이 있고요, 2층엔 향기나무 게스트하우스와 작가의 작업실이 있고 3층엔 전통 자수로 한땀 한땀 수놓은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의 관광명소와 맛집을 통해 전주를 더 이해하고, 편안하면서도 한옥마을의 예술성을 함께할 수 있는 숙소.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려합니다.


향교길 68 전시를 보다

문화공간 향교길68은 공간의 주소이기도 한데 모바일 시대라는 점에 착안해 지었다고 합니다. 필자가 찾아갔을 때 전시장에 많은 이들이 관람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인데요. 이 곳은 2021년 2월 처음 문을 열고 초대전시와 기획전시, 대관전시 등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시중인 김광숙 작가와 지인들이 기다란 의자에 앉아 그림을 바라보는 모습이 겨울임에도 싱그럽습니다. 눈으로 바쁘게 담기보다 한옥마을에서 깊은 호흡 그 자체가 힐링이 될 것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한옥마을 향기나무 게스트하우스는 예술적 구성이 뛰어납니다. 이곳은 주로 어떤 분들이 찾는지 대표로 있는 조미진작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게스트 하우스는 사실 자수를 하기 위한 생활 방편으로 시작했던 건데 그걸 하다가 제가 몸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치료하는 동안 문을 닫아 뒀습니다. 제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저희 갤러리 ‘향교길68’이 활발해지면서 저희 집을 찾는 분들이 계셔서 현재는 아는 분들에게만 빌려드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예전에 찾으셨던 분들이 잊지 못하고 다시 찾고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방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방마다 자수 작품을 비롯한 예술 작품들이 걸려 있고 창문 너머로 기와집 지붕이 넌지시 보여 참 평화롭습니다. 방도 널찍하고 침구 관리가 철저하다니 믿고 묵고 싶은 곳입니다.

예술로의 쉼터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재밌게 노는 방’이란 푯말이 있는데 공동 휴게실이라고 하네요. 휴게실에도 조미진 명장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공간의 품격을 높여줄 뿐만이 아니라 이곳이 휴게실인지 전시장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책꽂이 역시 남다릅니다. 이 역시 전주에서 활동하는 곽작가가 손수 만들었습니다. 기성제품이 아닌 손으로 깎아 만든 책꽂이는 이 곳에만 존재합니다.

향기나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누구나 이 휴게실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무료로 커피를 내려 이용할 수 있다니 따뜻한 원두커피가 간절해지는 시간을 맞습니다. 조미진작가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여러 작가들의 소품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어 하나 하나 찾아가며 작품으로 감동을 받네요.

재밌게 노는 방, 세 그루, 자수공방 등 푯말만 봐도 웃음이 납니다.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곽승호작가의 작품인데 작가만의 특성이 물씬 살아있습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곳곳이 작품인 것 같습니다.

향기나무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자수 작업에 전념하기 위한 생활 수단으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갤러리 작가님들이나 가까운 지인들, 예전에 이곳에서 힐링하고 다시 찾는 고객 등에게 장소를 제공한다고 하네요.

3층 작가의 전시장

3층은 조미진 한국전통자수 명장의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수부터 현대적 자수까지 쉽게 볼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작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장생도, 행운과 복을 전하는 문자도, 좋은 꿈들과 행운을 바라는 마음 담은 길상문 등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의 전통 자수로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는 느낌입니다. 세월의 흔적을 입은 투박한 백자 항아리에 한송이 꽃이 곱디곱네요.

2폭 병풍에 붉은 모란이 피어있습니다. 그림 그리기도 어렵지만 이를 자수로 새겨 넣는 것은 공력이 몇 배는 더 들 것 같습니다.

전통자수는 수를 놓는 사람의 마음과 손길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공단에 비단실로 꼼꼼히 면을 채우고 선을 이용해 한 폭의 그림처럼 수를 놓는다는 건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는 작업입니다.

바늘로 그린 그림

2층 공간에 작가의 작업실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 게스트하우스 및 전시장 업무와 더불어 본인의 작업을 충실히 이어가는데요.

작가는 20대 때부터 한국 전통 자수에 매진했다고 해요. 이수자가 되고, 무형문화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 적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전통의 답습이 아닌 나를 표현하고자 지금은 자수 기량을 활용해 창작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인만의 색을 살려 작업에 매진할 거라 하시네요.

한복을 입을 때 사용되는 천을 조각조각 이어 조각보 형식을 띄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각보라면 물건을 쌀 때나 밥상위에 얹는 정도로만 그칠 것 같은데 이를 현대적 감각을 이용해 액자에 끼워 마치 애기방석을 벽에 두고 보는 기분이랄까요? 가방역시도 한지를 덧대고 그 위에 자수를 아름답게 수 놓았습니다. 동양적이면서도 세련미가 돋보이는데 이 모두를 향교길68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무료로 관람 할 수 있습니다.

향교길 68에서 따뜻한 추억과 전주의 안정을 느끼고 가면 좋겠어요.

이곳이 그리워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고 잠자는 숙소뿐만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마음 깊게

힐링되길 바랍니다.

- 조미진 작가 -

조미진 작가

조미진 작가는 2004년 ‘바늘로 그린 그림’ 첫 전시를 시작으로 그동안 6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100여회가 넘는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국립전주박물관장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자수와 인연이 되면서 3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왔다. 2001년 전국기능대회에서 1위 금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9년에는 실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전통자수 명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북대학교 예술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향교길 68

◆ 하절기 ( 4월~ 9월) : AM 10시 30분 ~ PM 7시

◆ 동절기 (10월~3월) : AM 10시 30분 ~ PM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1월1일, 설, 추석 당일휴무 / 관람료 무료


향기나무 게스트하우스


글, 사진 =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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