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동화 같은 벽화 속 힐링 산책, '한우물마을'

여름날 동화 같은 벽화 속 힐링 산책,

'한우물마을'

대전광역시 유성구에는 오랜 역사의 숨결과 따뜻한 동화책 한 권을 보는 듯한 매력적인 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한우물마을’의 따뜻한 이야기를 느껴볼 수 있는 여름 산책 코스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잠시 일상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싶을 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여기에는 한적한 골목길과 붉게 피어난 접시꽃,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도에는 작게 표시된 이름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지만, 마음에는 오래도록 남을 마을이랍니다.

한우물마을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책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입구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고운 빛깔의 접시꽃이었습니다. 분홍과 붉은 꽃잎이 마치 손을 흔들며 어서 오라고 인사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펼쳐지는 벽화 골목,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보다도, 골목 벽마다 정성스럽게 그려진 이야기들이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동네 할아버지’의 이야기였습니다. 벽화 속에 등장하는 노인은 허름한 갓을 쓰고, 벼가 익어가는 논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우물마을과 동네 할아버지 유래비'에 따르면, 그는 실제로 이 마을에 살았던 임효생(林孝生)이라는 조선시대 인물로 어려운 시절 곡식과 재산을 이웃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공동체의 품격을 지켜낸 분이었습니다.

흉년과 전염병으로 마을 전체가 고통받던 시기에도 그는 사재를 털어 주민들을 도왔고, 생을 마친 뒤에도 자신의 전 재산을 마을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그의 고귀한 뜻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았고, 오늘날 벽화를 통해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우물마을’이라는 이름도, 단순히 ‘우물이 하나 있었다’라는 지리적 명칭을 넘어, 한 사람의 정신이 온 마을을 적셔 온 이야기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시 한 편이 벽에 쓰여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었는데, 이는 관심과 인내, 따뜻한 시선이야말로 사랑과 이해를 피워내는 힘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붉은 장미꽃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또한, 골목골목에는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하얀 눈 속에 복수초가 피어난 벽화 한 장면이었습니다. 겨울 눈 속에서 피어나는 노란 '복수초'는 고난을 이겨낸 따뜻한 희망의 상징으로,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의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을 그린 것처럼 그 이야기가 제 마음에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정동 주민들이 스스로 이 벽화를 기획하고, 꾸준히 가꾸어 온 마을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실제로 한우물마을은 유성구 마을공동체 활동의 하나로 조성되었고, 그 벽화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자긍심과 연대의 상징이 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우물마을은 계절마다 또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여름이면 접시꽃과 초록빛 벼가 마을 주변을 물들이고, 가을이면 벽화와 노랗게 고개를 숙인 벼와 단풍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한여름 이 계절의 고즈넉함을 품은 한우물마을에서 예쁜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동화 속 장면 같은 힐링 산책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