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시간 전
비 오는 날 감성 충전, 이천 경기도자미술관 전시 추천 | 서포터즈
안녕하세요 이천시SNS서포터즈 김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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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조용히 감성의 온도를 높이다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만난 《오늘, 분청》 · 《108번뇌》 · 《현대도예 – 오디세이》
장마철 오락가락하는 비에 답답해진 마음을 어디선가 풀고 싶을 때, 박물관이나 미술관만큼 완벽한 피난처는 없습니다.
창밖으로 타닥타닥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음 삼아 고요한 전시장을 걷는 시간은 정말 특별함으로 다가옵니다.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을 방문했던 날은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이 공간은 오히려 '비 오는 날'에 더 깊은 울림을 줄 것 같았습니다.
장마철 특유의 시원하고 촉촉한 공기 속에서 천천히 산책하듯 둘러보기에 좋고,
쾌적한 실내 전시 공간은 무더운 여름날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입니다.
도자기 전시를 보러 간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찾아간 곳이었는데, 막상 그 공간 안에서는 예상치 못한 다른 감동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술이 일상 속에 스며드는 방식, 그 진심 어린 메시지가 조용히 전해져 오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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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경기도자미술관
2001년 개관한 경기도자미술관은
이천 세라피아의 중심에서 한국 도자예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 온
대한민국 대표 도자 전문 미술관입니다.
도자의 도시, 이천에 걸맞은 깊이와 감성을 품고 있는 경기도자미술관은 기획전, 특별전, 상설전 등
다양한 전시를 통해 동시대 도예의 흐름을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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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오늘, 분청》 – 가장 ‘힙’한 전통을 만나다
경기도자미술관 2전시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익숙하지만 낯선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고려와 조선시대 200여 년 남짓 존재했던 도자양식 분청이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오늘의 분청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작품을 둘러보며 "전통이 이렇게 힙할 수 있다고?"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오래된 양식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자유로움과 해학, 불완전함이 오히려 지금 이 시대의 미감과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는 '분청의 속내', '분청의 표정', '분청의 몸짓', '분청의 숲'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시처럼 새겨진 문장, 회화처럼 번진 유약, 작가의 숨결이 묻어나는 자유로운 형상이 가득합니다.
특히 조형물마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디테일, 작품 제작 과정이 영상으로 함께 전시된 공간 등은 관람자와 감각적으로 교감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조용한 전시실에서 오래도록 머물게 만드는 다양한 분청 작품들을 보며, 전통이 현대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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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올해의 소장품 – 108번뇌》 – 푸른 감정의 스펙트럼
분청 전시를 보고 발걸음을 옮기니, 특별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의자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작 '푸르스트 의자'를 전통 청자 기법으로 재해석한 <108번뇌>입니다.
108개의 의자가 모두 미묘하게 다른 청자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푸르름도, 초록빛도, 때로는 먹빛도 머금고 있는 그 색감들. 각도에 따라, 조명에 따라 감정이 다르게 전해졌습니다.
한 의자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에 번뇌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전통과 현대, 동서양이 빚어낸 깊은 조형미 앞에서 잠시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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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현대도예 – 오디세이》 – 도자의 오늘을 탐색하다
108개의 푸른 의자가 남긴 깊은 여운을 안고 상설전시실로 들어섰습니다.
문득 이런 질문이 스쳤습니다. "우리가 쓰는 그릇이던 도자기는, 대체 언제부터 '예술'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현대도예 – 오디세이》는 마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는 긴 여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첫 번째 여정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도예의 새벽을 연 작가들의 작품과 마주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1세대 거장들의 이름 아래,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미감을 찾으려는 고뇌가 흙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투박하지만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그릇들을 보며, 생활용품을 넘어선 '작품'으로서의 도자를 처음 꿈꿨던 이들의 뜨거운 숨결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자, 도자는 더욱 대담하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익숙한 그릇의 형태를 벗어나 흙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단단한 흙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가죽이나 천처럼 보이는 작품 앞에서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이게 정말 흙으로 가능하다고?
감탄하며 작품을 어루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쓰임새를 넘어 흙이라는 재료 자체와 씨름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낸 작가들의 치열함이 전해져 오는 듯했습니다.
마지막 여정에 이르러, 도자는 이제 온전히 작가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있었습니다.
캔버스 위의 그림처럼 표면에 이야기를 그려내고, 작가의 내밀한 감정을 담아낸 하나의 조각품으로 서 있는 도자들.
비로소 전시실 입구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흙이라는 물질이 수많은 작가의 손을 거쳐 그들의 철학과 감성을 담아내는 '예술'로 피어나는 순간을 목격한 것입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니, 흙이라는 재료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감각과 언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관람한 것이 아니라, 도자기가 예술이 되기까지의 질문과 답을 찾아 함께 걸어온 듯한, 벅찬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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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당신의 감정을 머물게 할 미술관
경기도자미술관을 나서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두 시간 동안 제가 찾고 있던 건 도자기가 아니라 '고요함'이었다는 것을.
108개의 청자 의자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을 때 고요함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었고 분청사기의 자유로운 붓질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마음 한편에 쌓여있던 답답함도 함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전통'이라는 말이 주는 무거움 대신, 수천 년을 이어온 장인의 손길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닿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현대 도예 작품들 앞에서는 "예술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구나" 하는 소박한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었지만, 이 공간 자체가 마치 촉촉한 빗소리처럼 마음을 적셔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비 오는 날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도자기의 은은한 광택이 어떤 조화를 이룰지 벌써 궁금해지거든요.
이번 주말, 마음 한편이 메마르게 느껴진다면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거창한 감동을 찾으러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곳이니까요.
경기도자미술관
☑️ 위치: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697번길 263 (세라피아 내)
☑️운영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00) / 월요일 휴관
☑️입장료: 일반 3,000원 / 청소년 군인 2,000원 /
만 7세 미만, 만 65세 이상: 무료
☑️주차: 미술관 앞 무료 주차장 이용 가능
☑️문의: 031-645-0730
"본 콘텐츠는 이천시 SNS 시민 서포터즈가 취재한 내용으로 이천시의 공식적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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