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아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남경마을'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던 어느 맑은 날, 대덕구 신탄진의 남경마을을 찾았습니다. 투명한 하늘 위로는 포근한 구름이 흐르고 있었고, 그 아래로는 따스한 햇살에 물든 붉은 지붕들이 고요히 마을을 감싸안고 있었습니다.

공영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나란히 세워진 두 대의 전동 공유 킥보드였습니다. 무심히 세워진 모습이지만, 어쩐지 마을과 어울리는 풍경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발이 되었을 킥보드는 귀가를 했거나, 일상의 연결고리로 마을을 스쳐 지나갔을 그 자취가, 조용히 마을의 시간 속에 섞여 머무는 듯했습니다.

마을 공영 주차장에서 시선을 멀리 두면 탁 트인 전망이 반겨주는데, 그 너머로는 대덕구의 랜드마크인 엑슬루 타워가 늠름하게 솟아 있어 이곳이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공간임을 말해줍니다.

그 주변에 새롭게 조성된 아파트 단지의 단정한 모습은 오래된 마을과 조화롭게 어울려, 낯설지 않은 도시숲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오래된 담벼락이 슬며시 말을 걸어옵니다. 색 바랜 벽화들 사이로 피어난 붉은 장미꽃이, 녹색 대문 위로 활짝 퍼져 있었습니다. 따가운 6월의 햇살을 잔뜩 받은 그 장미는 마치 삭막해 보일 수도 있었던 골목에 장미의 기운으로 생기가 돋는 듯했습니다.

마을의 중심쯤에 이르면 '남경마을 회관' 겸 '영생경로당'이라는 이름표를 단 아담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그 앞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가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이곳은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안부를 나누는 작은 광장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골목마다 시간이 스며 있고, 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어 발걸음을 잠시 머물게 하고 있었습니다.

공영 주차장 아래쪽 옹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 마을의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남경마을 아트갤러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을 마주했을 땐, 그저 화사한 그림들로 꾸며진 옹벽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갤러리는 남경마을의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소중한 결과물이었습니다.

2009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삭막했던 이 공간은 '남경마을 아트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지역 예술가들의 재능 기부로 옹벽 위에 꽃 피운 25점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닌, 삶을 담은 이야기이며, 마을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기호학파의 본거지였던 대덕구의 특색을 살려 문인화부터 현대적인 감각의 추상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어우러져 이 길을 걸을 때면 마치 갤러리를 산책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작품들이 뚜렷한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작가들의 손끝에서 비롯된 생명력이 주민들의 애정 어린 손길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단발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관리와 애정 속에서 여전히 빛나는 이 골목길은 도시재생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유난히 항상 눈길을 끄는 집이 있습니다. 담장 너머로 작은 인형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거나, 계절마다 바뀌는 소품들 덕분에 언제 들러도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입니다.

마치 누군가 정성껏 차려놓은 이야기보따리 같았습니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잠시 쉬었다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듯한 그 집 앞에서는 항상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남경마을의 끝자락에서 바라본 청자마을 방향에는 지금 한창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예전의 흔적 위로 높이 쌓여가는 건물들은 앞으로 이 지역이 얼마나 더 달라질지 상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남경마을만의 고즈넉한 정서는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 피어났습니다.

한쪽에선 옛것을 지켜짐이, 또 한쪽에선 미래가 자라고 있는 이곳은 어쩌면 도시가 품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붉은 담장과 장미꽃, 예술을 입은 옹벽, 그리고 서로의 안부를 지켜보는 회관 앞 태극기까지 남경마을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오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잠시 머물렀을 뿐이지만, 이곳 남경마을에 방문할 때면 마음이 편해지고, 어깨에 내려앉은 따가운 햇살마저도 부드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도시의 속도에 지쳐 있다면, 잠시 이 마을을 걸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분명, 남경마을의 위로 떠다니는 구름처럼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2025 대덕구민 기자단 '안성진 기자님'

{"title":"따스한 햇살 아래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남경마을'","source":"https://blog.naver.com/daedeokgu/223916280665","blogName":"내 일상이 ..","domainIdOrBlogId":"daedeokgu","nicknameOrBlogId":"대덕구","logNo":223916280665,"smartEditorVersion":4,"caf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lineDisplay":true,"m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