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날, 조용한 공간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대전창작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숫돌일지라도 아침을 고할지니’는 그런 시간을 선물해 주는 전시였어요. 제목부터 어딘가 시 같고, 묘한 울림이 있었는데요. ‘숫돌’이라는 단어에서 삶에 닳아 무뎌진 감각을 다시 갈아내는 이미지를 떠올렸고, ‘아침을 고한다’는 말에서는 뭔가 조용하지만 단단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는 무척 차분했어요. 작품들은 하나하나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오히려 더 깊고 강하게 다가왔어요. 회화, 설치, 사운드,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가들은 ‘숫돌’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저마다의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었어요. 어떤 작품은 도시의 풍경을 기록한 듯했고, 또 어떤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작품 하나하나가 내게 말을 거는 방식이 다르고, 해석의 여지도 많아서 오래 머무르게 되더라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공간 자체를 활용한 설치 작품들이었어요. 조명과 구조물, 그리고 배치된 오브제들이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시선을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었어요. 전시장을 걸으며 차분히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내 안에서 무언가 가라앉던 생각들이 서서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강렬하거나 화려한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조용하고 여백이 많은 작업들이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처럼 자극적인 정보에 지칠 때, 이런 조용한 예술이 더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전시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아침’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렸어요. 깊은 밤이 지나고 서서히 빛이 번져오는 새벽의 감각처럼, 이 전시는 어떤 거창한 결론을 말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천천히 말을 걸 수 있게 해줬어요. 그래서 관람하고 나오는 길엔 나도 모르게 숨을 한 번 크게 쉬게 되더라고요. 마치 마음 한쪽을 숫돌에 갈아낸 것처럼, 부드럽고도 단단해진 느낌이었어요.

대전창작센터는 늘 다양한 실험적 전시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특히 ‘감각’과 ‘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전하고 있었어요. 작가마다의 시선과 해석이 다르지만, 전시장 안에서는 그것들이 하나의 조용한 아침처럼 어우러져 있었어요. 제목처럼, 우리 모두 무뎌진 삶의 표면을 숫돌처럼 갈아내며, 다시 새로운 아침을 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전시는 8월 26일까지 열리고 있고, 관람은 무료예요.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은 분들, 잊고 있던 감각을 조용히 깨워보고 싶은 분들께 이 전시는 아주 특별한 여름의 쉼표가 되어줄 거예요. 그럼 다음에도 무더위를 날려줄 좋은 소식과 함께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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