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시간 전
고양의 시간을 담은 일곱 개의 비석
고양동 송덕비군을 걷다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벽제관지 인근 도로를 따라 걷다가 작은 공터에 나란히 선 비석들을 마주했습니다.
바로 고양동 송덕비군입니다. 겉으론 평범한 비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고양 지역을 위해 애쓴 이들의 이름과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고양을 다스렸던 현감, 군수, 관찰사, 면장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들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총 7기의 송덕비가 한자리에 세워져 있고, 고양초등학교 건너편, 벽제관지 맞은편 도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비석 하나하나에 담긴 이름과 시간
가장 오른쪽에는 정진묵 군수 애민선정비가 서 있습니다. 고종 12년부터 14년까지 고양군수로 재임한 정진묵의 공덕을 기려 1877년에 건립된 화강석 비석입니다.
높이 167cm, 너비 54cm, 두께 24cm입니다.
그 옆에는 이재원 관찰사 영세불망비가 있습니다. 경기도 관찰사로서의 선정을 기리며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1877년에 세워졌습니다.
높이 184cm, 재질은 화강석입니다.
세 번째는 유시증 군수 청덕선정비입니다. 인조 14년(1636)에 건립되었으며, 화강석 장방형 대좌에 높이 162cm의 비신이 얹혀 있습니다.
네 번째는 최창대 군수 선정비입니다. 숙종 40~41년 고양군수로 재임했던 인물로, 1715년에 세워졌고 높이 153cm의 화강석 비입니다.
다섯 번째는 군수 영사비입니다. 인조 10년(1632년) 무렵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대리석 비신과 화강석 대좌, 이수로 구성된 구조입니다.
높이 192cm로 가장 큽니다. 다만, 비문은 마모가 심해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여섯 번째는 홍진유 군수 장덕애민선정비입니다. 영조 6년부터 7년까지 고양군수였던 그의 공덕을 기리는 이 비는 1734년에 세워졌고, 대리석 비신과 장방형 대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높이 162cm입니다.
마지막은 신규선 면장 치적비입니다. 1932년부터 1939년까지 벽제면장으로 재직했던 신규선의 퇴임을 기념해 면민들이 1939년에 세운 비석입니다.
오석 비신과 화강암 대좌로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는 142cm입니다.
조선의 나무도 함께
비석 옆엔 수령 약 500년의 느티나무 보호수도 함께 서 있습니다.
조선 성종 시절 벽제관 증축을 기념해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 나무는 높이 20m, 둘레 3.4m에 달하며,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었습니다.
마치 오랜 세월을 곁에서 함께 지켜본 증인처럼, 비석과 나란히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오래 지켜온 것을 지키는 마음
조용한 도로변, 큰 안내판도 없이 나란히 선 이 비석들을 바라보며
“이걸 지금까지 어떻게 보존해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문이 마모돼 더는 읽을 수 없는 비도 있었고, 비석 하나하나가 조금 더 관심과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기록일수록 우리가 지금 더 잘 돌보고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그저 지나치기 쉬운 골목에서 조선과 고양의 시간을 만날 수 있었던 뜻밖의 발견이었습니다.
📍 위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고양초등학교 건너편 / 벽제관지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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