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울산 청년 창업가 기획 기사 : 묵리 459 이상준 대표
이번에 만나본 울산 청년 창업가는 고즈넉한 울주군 두동면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청년입니다.
서울에서의 여러 경험을 토대로, 고향인 울산에서 자아실현을 목표로 하는 주도적인 청년 창업가인데요.
특히 공간에 수요가 있으신 분이라면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묵리 459' 이상준 대표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저는 올해 서른둘이 된 이상준입니다.
원래 PD라는 꿈을 가지고 서울에서 인간극장과 웹 교양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3~4년 하다가, 또 다른 꿈을 꾸고 울산으로 내려와서 묵리 459라는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2년하고 한 달 조금 넘었어요. 1년 동안 아버지와 공간을 지었으니 근 3년 정도 되겠네요.
묵리 459는 아버지와 1년 정도 같이 토목공사‧내부 인테리어를 해서 조성한 공간이고요.
이 공간에서 한국적인 음식과 요소가 들어간 음료‧디저트를 팔고 있습니다.
공간적으로 최대한 한국적‧자연적 요소를 많이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토목공사를 할 때 나온 돌들로 공간 내‧외부를 꾸미고, 최대한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Q. 돌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돌이 울산을 상징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서인데요.
울산에는 반구대 암각화나 천전리각석 같은 지질학적인 요소가 많아요.
이를 울산 시민들이 아직 잘 모른다고 느껴서 이를 알리고 싶은 게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는 울산 곳곳에 망향비가 많아요.
울산이 산업적으로 발전하면서 고향을 잃은 분들을 기리는 망향비가 대곡‧온산‧야음동 등에 있는데, 이건 울산 사람으로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요소가 아닌가 싶었죠.
부모님 세대의 삶을 보면 겉은 투박하나 속은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층 몇몇 부분에 이를 적용했는데요. 천전리각석을 떠올리면서 특정 벽의 질감을 다르게 표현하기도 했죠.
조만간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 여부 결과가 나오니까 암각화와 콜라보를 진행하고픈 욕심도 있고요.
차경(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경관을 구성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건축 기법)의 요소를 확실히 살리기 위해, 제가 평소에 좋아했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건축 요소나 전시 방식을 벤치마킹했어요.
Q. 공간을 꾸릴 때 중점적으로 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저는 울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한때 PD를 했던 사람으로서, 울산에 내려온 김에 서울과 울산의 격차를 한번 메꿔 보고 싶었어요.
울산과 서울의 경험은 수준 차이가 심한데, 저는 울산에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못 펼치고 있는 청소년이나 젊은 예술가에게 자신의 열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묵리 459라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예전부터 있었는데요.
앞서 울산대학교 동양학과 학생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줬을 때 기쁜 마음으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죠.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분 중 어떤 활동을 하시거나 하는 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분들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그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첫 번째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늘 남을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묵리 459를 운영할 때도 임산부‧장애인‧군인 등을 보면 더 신경 쓰자고 하셨고, 저 역시 그에 공감하고 있어요.
매달 두동면에 기부도 하고 있고요.
두 번째는 문화적으로 봤을 때 울산‧부산과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간극이었어요.
제가 울산‧부산의 대학교에 있었으면 인간극장 PD를 할 수 있었을까 싶거든요.
제가 PD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아무리 뒤져도 울산‧부산은 기껏해야 결혼업체 촬영이나 방송국 보조가 고작이어서, 관련된 일들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죠.
세 번째는 제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데, 학부생일 때 촬영 공간이 늘 필요했거든요.
어딜 빌려도 학생이라 돈도 많이 못 드리고 눈치가 많이 보였어요.
그렇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공간을 필요로 할 때 적어도 내가 느낀 그런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이곳에서 주로 어떤 콘텐츠를 운영하나요?
제가 말하는 문화란 모든 걸 다 포괄하는데, 3월부터 매달 1회씩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 8~9월 중 터프팅 작가님과 콜라보를 통해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고, 올해 하반기 중에 플리마켓 개최도 기획 단계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지인의 말이 떠올라서 책으로 만나는 6:6 소개팅을 진행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책과 문장을 제출하면, 이성 중 제 책을 고르는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었죠.
총 세 팀이 매칭됐는데, 매칭률이 50%잖아요. 프로그램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울산에서 청년들이 자기 짝을 만나서 지역에 정착한다는 게 썩 괜찮아서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요즘 청년 세대는 연애를 안 한다는 인식이 있고, 울산은 청년들이 정착하기 힘들어하고 타지로 떠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조금이나마 지역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울산이 활성화되기 위한 좋은 의견이 있으실까요?
여성분들이 할 일이 많이 없어요. 이걸 어떤 식으로 고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분들이 할만한 일자리가 많이 필요할 것 같고요.
남녀가 만나서 울산에서 살려면 이 지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고, 이 사람과의 연애‧결혼 생각이 들어야 하는 등 당사자가 내켜야 하잖아요.
현실적으로 지자체 차원에서 남녀 매칭을 시켜주는 건 과한 것 같고, 결혼의 장벽에 부딪힌 청년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이번에 했던 소개팅 프로그램같이 유의미한 프로그램은 지자체에서 홍보 정도 같이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지원금을 달라는 건 아니고, 여기 가면 청년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홍보하는 것 정도는 같이 해 줄 수 있지 않나 싶거든요.
특히 울산은 대기업 아니면 다 자영업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상황을 잘 분석해서 어떻게 잘 상생할 수 있을지 수면 위로 올려서 공론장을 만드는 것도 울산의 역할일 것 같아요.
또 트램이 들어오니까 조금 해소는 되겠지만, 이동하는 데 편의성도 더 높아져야겠죠.
저는 사실 울산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예전에는 울산의 이미지가 산업도시라면 지금은 문화도시라는데, 저는 울산이 가진 역사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떤 이미지든 다 좋아요.
그래서 공간에도 그런 걸 넣으려고 노력했고. 또 언젠가 하게 될 다른 브랜드에서도 울산의 토속적인 특징을 많이 녹이고픈 생각이 있거든요.
여전히 노잼도시란 인식이 많지만, 오히려 울산 안에서 관심이 부족한 콘텐츠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애초에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도 나쁘지 않아요.
이걸 통해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해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는 학창 시절부터 PD만 꿈꿨던 사람이에요.
사실 경상도에 사는 사업가가 되기 싫어서 어떻게든 서울에 가서 PD가 된 거거든요. 그런데 경상도에 사는 사업가가 돼버렸어요.
생각해 보니 제가 PD가 되고 싶었고 하면서 행복했던 이유는, 제가 악물고 만든 영상을 보고 달리는 잘 봤다는 댓글이나 지인이 보고 울었다는 등 사람들의 리액션 때문이거든요.
요즘은 감사하게도 공간을 운영하면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열정은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히는 청년들이 이곳에서 열정을 표출하고, 손님들도 오셔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늘 보고 있어요.
여긴 주로 부모님 세대나 아이를 키우는 미취학 아동의 부모님이 많이 오시는데, 오셔서 놀고 가시는 거 보면 기분이 좋아요.
전체적으로 저는 제가 돈 많이 버는 것보다는, 제가 어떻게든 피땀 흘려 노력한 행위로 누군가가 행복해하면 그걸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영상 편집‧콘텐츠 기획‧공간 활용 등 제가 가진 역량을 통해 울산에 살아가는 분들이 같이 행복해하는 콘텐츠나 즐길 거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 수도권에서 울산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을 때때로 만날 수 있는데요.
대체로 수도권의 여러 경험이나 인프라를 울산에 심어보고 싶어 하는 주도적인 청년들입니다.
향후 울산의 문화 활성화나 일자리 다각화 등 여러 방면에서 기여할 울산의 미래 인재라고 여겨지는데요.
이 같은 청년들이 만들어갈 문화를 미루어보면, 울산이 더 살기 풍요로운 지역이 되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닐 것 같습니다.
묵리 459 찾아오시는 길 : 울산 울주군 두동면 인보구미로 324-13 묵리 459 울산점
묵리 459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ukri459_ulsan/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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