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고성 감성 카페 / 소울 충만 힙플_이스트사이드바이브클럽
어떤 공간이든지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나는 그게 바로 그 공간에 깃든 영혼이라는 생각을 한다.
공간에 영혼을 불어넣는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그 사람의 취향과 사고가 공간의 아우라가 된다.
고성의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이스트사이드바이브클럽은
어떤 한 가지의 특성이 아닌
여러 개성이 한데 모여
고유한 바이브를 뿜어내는 곳이다.
상처를 딛고 일어난 공간의 힘
재난은 예측 불가하게 찾아와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 뒤에 해야 할 일들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스트사이드바이브클럽’(이하 이·사·바)은
화마가 할퀴고 간 폐허 위에 세워졌다.
2019년 4월 고성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흉물이 되어버린 건물에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멋스러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봉포해변과 켄싱턴 해변 사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한
이·사·바 건물을 바라보면서
저기에는 폐허를 온전히 되살리고 싶었던
사람들의 영혼이 한 스푼씩 섞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카페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유적을 방문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만난 이·사·바 건물은
투박해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멋이 있어 보였다.
오히려 그 개성 넘치는 아우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사·바 클럽은 사연이 있는 곳이다.
그 이야기가 담긴 전시공간이
바로 건물 지하 1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을 따라
산불에 타버린 건물의 모습부터
그걸 복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공사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히 어떤 공간의 탄생 스토리가 아닌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이·사·바를 방문한다면
이 전시 공간을 가장 먼저 둘러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불에 탄 폐자재를 활용해
공간을 채운 흔적들을 알아볼 수 있고,
오랜 세월을 지나온 낡은 것의 미덕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이 공간이 가진 진짜 의미와 가치를
먼저 경험할 수 있고,
남다른 시선으로 공간을 느끼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코스라고 생각한다.
문을 열면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방문 날짜 : 2023년 7월 20일
마실 것을 주문하기 위해
지하 전시 공간 바로 위층(1층)으로 이동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흥겨운 음악이
널찍한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쪽에 DJ 박스까지 갖추고 있어서
클럽 바이브가 그대로 느껴졌다.
분위기로 봐서는 왠지 커피보다는
코코넛워터나 칵테일을 마셔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메뉴를 골라보기로 했다.
나는 수박을 갈아 넣은 땡모반,
일행은 히비스커스 티에 그린애플 시럽을 넣은
밥말리 에이드를 주문했다.
드디어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홀짝이며 잠깐의 여유를 누려보았다.
문득 다른 공간들도 궁금해져서 음료수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1층과는 다르게 좌석 스타일이 다양했다.
이·사·바 내 목재 테이블이나 인테리어 자재는
대부분 폐자재를 활용했다고 하는데,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어서 오히려 멋스러웠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한쪽 구석에 루프탑으로 이어진 철제 계단이 보였다.
안 봤으면 모를까 이왕 발견했으니
옥상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머리를 부딪히지 않게 조심!)
생경함이 선사하는 여행의 묘미
루프탑에 올라서니 태양빛이 그대로 머리 위로 쏟아졌다.
무더운 날이었다.
하지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은 건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근사했기 때문이다.
바다가 한가득 시야에 담기고,
지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이·사·바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선가 포켓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프탑 건물 옆 또 다른 건물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곳에는 참 다양한 취향들이 모여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소리가 들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방금 전까지 이곳에서 포켓볼을 치던 사람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LP와 뮤직 아티스트들의 사진들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성지가 될 것 같았다.
아니면, 세상사를 잊고 유유자적하고 싶을 때나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 머무는 비밀 아지트처럼 느껴진다.
이·사·바를 다녀온 나의 소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큼
내재된 이야기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평소에 내가 들어보지 못한 음악,
공간의 무드, 눈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낯설게 다가와 내 안의 새로운 감각을 일깨웠다.
오롯이 생경한 경험들이야말로 바로 여행의 묘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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