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시간 전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 사람과의 공유를 디자인하다, 구정순과 나누는 인생 미술관
평생 컬렉팅한 예술작품을 자신의 사적공간에 전시하고 사람들과 향유하는 곳, 자연 속 예술 쉼터인 양평 서종면 구하우스 미술관을 찾았다.
"예술품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
한국 1세대 그래픽(시각) 디자이너 구정순 대표의 개인 컬렉션인 이 미술관은 인생 2막 인생을 살고 있는 구 관장의 소신이 묻어나는 1400평의 대저택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도심의 분주함을 벗어나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삶 속에서 예술을 마주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미술관.
구하우스 미술관(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49-12)은 세계적인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건물로 건축부터 작품까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된 공간이다.
미니멀한 내외관 곳곳에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뜨거운 시선에 더욱 생명의 빛을 발하고 있는 요즘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기획전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미술관 곳곳에는 창을 통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작품과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험을 준다.
2016년 7월1일 개관한 구하우스는 구정순 대표의 손때와 숨결이 스며들면서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집같은 미술관' 컨셉이다.
미술관 입구를 들어서면 ‘수집 마니아’ 면모 답게 각종 가방과 굿즈, 악세사리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즐비하다.
상당수의 작품들은 판매도 이루어진다.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할수 있는 카페의 공간도 있다.
"뇌는 장식이 아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아인슈타인 형상의 움직이는 미니어처 소품에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다.
작품들에 눈에 팔려 있을 즈음, 놀라지 말지어다.
고라니처럼 다리가 유독 길고 한 덩치 하는 반려견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모습에 ‘화들짝’ 할수도 있다.
구 대표의 반려견, '융푸'라는 이름의 6살 수컷 스탠다드 푸들이다.
처음엔 놀랄 수 있지만, 친화적인 융푸의 성격에 곧바로 쓰다듬어 주고 싶어질 것이다.
카페 맞은편엔 기획전이 주로 열리는 공간이다.
구 대표가 1973년 첫 직장에서 받은 보너스로 당시 20만원을 주고 구입한 첫번째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구하우스 미술관 역사의 출발점인 셈이다.
당시 박수근(1914-1965) 작 드로잉 작품(작품명 : 미상)을 소장하며 컬렉터의 길을 시작했다는 주 대표는 작품 설명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해 사회적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으로 미술관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방문해 영감을 얻고 힐링하기를 바랬다"고 밝혔다.
감초사탕으로 만든 거대한 구두(엔디 요더, 2008)에 이어 구 대표가 자신의 자화상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자화상(상탈조페, Self-portrait at Tuileries, 2019)이 눈에 뛴다.
대상 인물의 내면을 투영하는 인물화로 잘 알려져 있는 상탈조페의 작품이다.
또 마치 실제 소녀가 평온하게 잠 자고 있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Sleeping Girl>을 보고 있으면 매트한 회색의 균일한 모노톤으로 인해 영원히 정지된 순간으로 느껴져 섬뜩하면서도 마법적인 느낌이 든다.
기획전시관을 나와 다시 주욱 펼쳐진 메인 복도를 걷노라면 검정색 의자들이 연이어 배치된 공간을 만난다.
또 다른 메인 공간과 연결되는 심상치 않은 곳으로의 초대다.
복도에는 수십개의 검정색 의자를 한줄로 배열하고 벽면엔 TV모니터를 설치, 미디어를 통한 감각적이고 미적인 예술을 표현했다.
사회현상과 미적 감각의 단서로 활용한 오타쿠의 문화를 표현한 작품을 비롯, 비디오게임 소재를 활용하거나 미디어에 의한 상실의 시대를 보여주는 작품 등이 가는 발길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 BTS의 리더 RM이 이곳을 방문해 깊은 관심을 드러냈던 의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억’ 소리가 난다는 이 의자는 나무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20세기 전설적인 장인으로 불리는 조지 나카지마(1905~1990)의 작품.
스티브 잡스가 거실에 둔 유일한 의자로도 그의 명성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 의자 옆과 위에는 <모빌> 이라는 설치미술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자비에 베이앙(프랑스, 2013)의 작품으로 사람과 구 형태의 조형물이 줄에 연결돼 공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모양새다.
2층에는 한쪽 넓은 벽면을 다 채우고 있는 대형 사진드로잉 <전시회의 그림들>, 평면처럼 보이는 작은 액자지만 미니어처 미술관 속으로 눈을 가까이 다가가면 저 멀리 입체적으로 보이는 작품도 흥미로웠다.
이 밖에 높은 공간에서 바닥으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바윗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 같아 보이지만 줄 위에 스티로폼을 올려놓은 것으로 일종의 Fake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깥 정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잘 꾸며진 정원은 그야말로 또 다른 한 폭의 그림이다.
2021년 양평군 정원으로 선정된 ‘야외정원’ 답다.
별관에는 색깔이 서서히 바뀌어 2만여 가지의 색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작품《제임스 터렐, Atlantis, Medium Rectangle Glass, 2019》에 이어 도기, 자기 등 예쁘고 귀여운 공예품들이 유독 앙증맞다.
화장실의 클라스도 다르다.
알록달록 색깔별로 수놓아진 수백여 유리 공예품이 즐비한 화장실이라니...
이 아름다운 명품 화장실을 지키는 목련나무도 이색이다.
병풍처럼 두른 푸른 펜스 한가운데 목련나무를 심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다.
구정순 대표가 예술을 실천하는 방식은 “감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사용, 소장하고 공예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와 함께 그 결을 깊이 꿰뚫는 통찰” 이라고 말한다.
전시되고 있는 소장품들이 어떻게 보관, 전시되고 사람들과 미적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로 공유되는 과정에서 그녀의 열정과 소신을 엿볼 수 있다.
구정순 대표는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불린다.
기업의 로고뿐 아니라 기업을 상징하거나 정체성, 슬로건 등을 시각화 하는 디자인을 오랫동안 해왔고 그 명성을 이어왔다.
80년대부터 기성세대라면 알 만한 KBS, 쌍용, 금성사, 애니콜 기업의 로고 등의 창작자로서 CI(Corporate Identity) 디자이너계의 전설로 통한다.
이러한 현실 세계속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성공이 예술적 깊은 이해를 동반하면서도 ‘공유와 환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려는 방향으로 설정된 점에 존경스럽다.
“작품을 많이 보고 또 사야 한다. 어렵게 번 돈으로 작품을 사봐야 소중할 뿐만 아니라 작품에도 눈을 뜨게 된다” 고 말하는 구정순 대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고 내 전용 작품 공간을 창출하는 꿈같은 버킷리스트 위에 세상 사람들과 공유, 소통하면서 더불어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구 대표는 “돈은 좇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 가장 중요하다” 고 말한다.
미술관 운영비가 한달에 4천만원이 들지만 적자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단다.
그동안 많은 돈을 번 만큼, 비로소 쓸 곳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는 구 대표는 재단법인을 만들어 더 나은 미술관을 만들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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