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기자]

경기도는 천년 고도답게 지역마다

고가(古家, 古宅)가 많습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에서 ‘고가’를 검색하면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된 고가가 나옵니다.

문화재자료는 국가에서 지정한 게 아니라

각 시와 도에서 지정한 문화재 자료를 말합니다.

향토문화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시도 조례로 지정한 문화재를 지칭합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 ©누리집

경기도에는 총 193개의 문화재 자료가 있는데요,

그중 고가는 이천보고가, 홍승인 고가, 이해룡 고가,

포천 안동김씨 고가 터 등 4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은 김병호 고가,

정원채 고가, 양평 창대리 고가 등 3개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정원채 고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홍승인 고가

홍승인 고가 대문 ©이재형 기자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봄철이면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로 하늘이 잿빛처럼 흐렸습니다.

원래 방문해보려 했던 집은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홍승인 고가입니다.

그런데 가보니 공사 중이었습니다.

공사 안내판을 보니

2024년 10월 12일까지 공사합니다.

문화재 보수공사 중인 홍승인 고가 ©이재형 기자

홍승인 고가가 경기도의 중요한 문화재 자료라

지붕과 창호, 기단 재설치 등

거의 전면적인 보수공사를 합니다.

문화재도 오래되면 망가지니 보수를 해야겠죠.

정원채 고가 안내판 ©이재형 기자

허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다

문득 정원채 고가가 생각났습니다.

정원채 고가는 홍승인 고가에서

약 22km 떨어진 남양읍에 있습니다.

정원채 고가

차량을 돌려 정원채 고가로 갔는데요,

입구에 문화재임을 표시하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송림1리 마을회관과 송림리 유래 안내판 ©이재형 기자

정원채 고가 입구에 송림1리 마을회관이 있습니다.

회관 옆에 송림리 유래 안내판이 있습니다.

송림리(松林里)는 이름 그대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에 소나무가 우거져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원채 고가 전경 ©이재형 기자

마을회관 맞은 편으로 약 200여m 들어가니

말 그대로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나타납니다.

집 뒤로는 야트막한 민둥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원채 고가 앞 논과 밭 ©이재형 기자

송림리는 한적한 농촌 마을인데요,

오랜만에 도심을 벗어나 시골에 와서 그런지

공기도 맑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마을 주변 논에는 벌써 모내기 준비를

다 끝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날씨는 흐리지만,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봄 내음이 났습니다.

정원채 고가 솟을대문 ©이재형 기자

대문은 옛날 관리들이나 부잣집에서

볼 수 있는 솟을대문입니다.

대문 양옆에 하인이 사는 행랑채가 있는데,

이보다 대문을 더 높게 만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관리나 부잣집 주인이 가마나 말을 타고도

드나들 수 있게 한 거죠.

정원채 고가 안내판 ©이재형 기자

정원채 고가는 조선 후기에 지어진 살림집입니다.

원래 행랑채 등 부속건물이 많고 규모가 아주 컸는데요,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대문간채만 남아 있습니다.

사랑채 출입문 ©이재형 기자

대문은 잠겨 있어 출입하지 못하고요,

두리번거리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사랑채로 들어가는 문이 있습니다.

문이 열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정원채 선생님의

부인이 거주하고 있고요,

양해를 얻어 구경했습니다.

정원채 고가 주소와 상량문 ©이재형 기자

사랑채 문에 오래된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고개를 들어보니 상량문이 보입니다.

한문으로 ‘대한 광무 8년’이라도 적혀 있는데요,

고가 앞 안내판을 보니

고종 41년(1904)에 지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120년 된 고가입니다.

정원채 고가 안채 ©이재형 기자

안채는 경기도 지방에서 흔히 보는

‘ᄀ’ 자형 구조입니다.

마당이 있을 줄 알았는데, 관리가 어려워서 그런지

보도블록이 깔려 있고 우물 대신

수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랑채 부엌과 멍석 ©이재형 기자

사랑채 부엌을 보니 거대한 장독과 맷돌이 보입니다.

그리고 멍석도 있습니다.

부엌에는 불을 피운 그을음이 있어서 마치

TV 사극에 나오는 장면을 보는 듯합니다.

정원채 고가 대청마루 ©이재형 기자

대청마루를 보니 천정에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마루는 오랜 향기를 품고 있습니다.

마루 안쪽에는 부잣집만 쓰던 뒤주도 보입니다.

여름이면 외할머니 집 대청마루에서 수박을 먹으며

낮잠을 자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정원채 고가는 집주인이 거주 중이다 ©이재형 기자

정원채 고가에 사시는 할머니는 병환 중이지만

외지에서 온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할머니는 22살에 이곳으로

시집을 와서 평생 사셨다고 합니다.

68년을 사시면서 고가 어느 곳 하나

할머니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정원채 고가 풍경 ©이재형 기자

할머니에게 인사를 한 후

고가 뒤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안채 뒤로 담장이 둘러 있습니다.

산에서 보니 고가가 한눈에 보이고,

그 앞으로 논밭이 있습니다.

정원채 고가 우물 ©이재형 기자

담장 위로 안을 보니

안채와 아래채 사이에 우물이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이런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서 먹었습니다.

이 우물은 지금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생명수였을 겁니다.

정원채 고가 장독대 ©이재형 기자

아래채 옆에 장독대가 있습니다.

부잣집이라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많이 담가서 먹었겠죠.

지금은 장독이 다 엎어져 있지만,

그래도 정겹게 보입니다.

정원채 고가 외부 ©이재형 기자

정원채 고가는 1985년 6월 28일

경기도 민속자료 제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하동정씨 문중의 살림집인데요,

이 집에 살던 정원채 이름을 따라 명명되었습니다.

이 집이 위치한 송림리 마을은

하동정씨가 대대로 사는 집성촌이라고 합니다.

정원채 고가 ©이재형 기자

지금까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정원채 고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기도 31개 지자체마다

이런 고가들이 많습니다.

경기도의 주거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고가(古家)들은 우리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 실제 집 주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양해를 얻어 관람해야 함


정원채 고가

주소

경기도 화성시 송림로92번길 13 (남양읍)

▼국가유산문화포털 '홍승인 고가'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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