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아침입니다.

달리 행선지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햇살이 인도하는 대로 자유롭게 걸음을 옮깁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저의 눈앞에는 낙원상가의 정겨운 풍경이 소담하게 펼쳐집니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인사동은 잘 있으려나.' 외국인이 찾지 않는 거리에는

오직 적막만이 가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거리의 초입에도 미처 닿기 전인데

이미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입니다.

명동과 더불어 서울을 대표하는 여행자의 거리입니다.

500년 도읍의 전통과 역사를 가장 극적으로 품고 있는 종로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처음 발걸음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을 은연중에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반성했습니다. 인사동은 외국인에게도, 처음 발걸음하는 한국 사람에게도 신기한 공간입니다.

유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사동의 명물입니다. 쌈지길을 마주하고 섰습니다.

올해로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홀로 외로이 처연한 빛을 발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지나간 과거가 되었습니다.

발 닿는 족족 손님으로 빼곡합니다.

근래 이렇게 많은 인파를 경험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이토록 간만에 찾아온 북적임이 싫지는 않은지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어딘지 모르게 신이 난 듯합니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살짝의 어수선함과 허름함은 어떻게 치장해도 숨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온 세월에는 나름의 멋이 있습니다.

오직 시간의 누적만이 가져다주는 것 말입니다.

꽤나 뜬금없는 조합인 듯하지만 인사동의 풍경에 녹아든 시간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이제 쌈지길 없는 인사동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열심히 길을 따라 걸어서 옥상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도 사람은 어김없이 많습니다.

잠시 여유를 쫓아 도망친 제 눈앞에는 천도교의 본당이 따스한 햇살 아래에 유유자적합니다.

더할 나위 없는 주말 아침입니다.

다시 땅을 밟고 길을 나섭니다. 두리번거리는 족족 모르는 이들과 눈이 마주칩니다.

저는 사람이 많은 공간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의 분주함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토록 부산한 인사동을 얼마 만에 마주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질릴 때까지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어야겠습니다.

2019년부터 이곳에 자리했다고 하니 나름 적지 않은 역사를 가진 이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안녕인사동'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환영하기 위한 인사말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마주했는데, 그때는 아무도 없는 한밤중에 홀로 불을 밝히고 있었으니 간판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꽤나 세련된 상점가입니다. 주말마다 플리 마켓이 열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상당히 재미난 공간입니다.

거리에 인파가 돌아왔습니다. 북적임도 돌아왔습니다. 일상이 돌아온 덕분입니다.

반가운 마음 가득 담아 인사를 건네 봅니다.

그간 고생 많았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참 기쁘네요.

안녕 인사동!

*위 포스팅은 2023년 종로구 SNS 홍보단(블로그)

박인혁 님이 작성해주신 소중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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