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용안면.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가에 검은색 바탕의 비석 하나가 눈에 띕니다.

'용안향교(龍安鄕校)'라는 글자가 새겨진 이 비석은 조선시대 유학 교육의 중심지이자

지역 인재 양성소였던 향교로 향하는 길목을 알리는 상징과도 같은데요.

곧이어 보이는 붉은 홍살문과 함께, '충(忠)'과 '효(孝)'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또 하나의 비석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유학 정신의 핵심이자, 향교 설립 목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홍살문을 지나면 곧바로 정면에 다가오는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용안동헌(龍安東軒)’인데요.

용안동헌은 과거 익산 지역의 금마, 여산, 함열 등지와 함께 중심을 이루었던 용안면의 행정기관으로,

조선시대 지방 행정의 실질적인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장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조선시대 사헌부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던 곳으로,

군현의 수령이 행정과 재판, 각종 회의를 집행하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용안동헌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돌로 쌓았는데, 둘레가 4천 2백 40척이고, 높이가 11척이며,

안에 11개의 샘과 작은 못 한 개가 있다”라고 기록될 만큼 중요한 지역 거점이었습니다.

원래는 용안에는 동헌과 객사, 향교 등 여러 중요한 건물들이 있었으나

향교를 제외하고 일제강점기 시절에 모두 사라졌다가 현재의 동헌은 1988년에 다시 세운 것입니다.

건물 전면에는 근엄한 표정의 수령 모형과 곁에는 죄인을 심문하거나 벌을 주던 형틀로 보이는 십자가 모양의 평상도 보입니다.

이는 조선시대 지방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던 형구로, 죄인을 앉혀놓고 문초하거나 태형을 내릴 때 쓰던 것인데요.

전통 복장을 한 모형 인형과 함께 놓여 있어 당시의 공공 권위와 사법 행정을 생생히 전달합니다.

자, 이제 용안동헌을 지나 향교로 가보겠습니다.

동헌에서 나와 오르막길로 조금만 걸으면 용안향교로 향하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는데요.

고목이 줄지어 있는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고요해지고,

고즈넉한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게 됩니다.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이 길은 단순한 이동의 통로가 아닌, 역사와 마주하는 시간의 통로와도 같습니다.

이정표에는 ‘용안향교’로 향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으며, 나무들이 우거진 정돈된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향교는 유교적 가치와 학문을 가르치던 교육기관이자, 지역의 선현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마침 전북과 전남 지역 여러 향교를 다녀본 터라 용안향교와 다른 향교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용안향교에 다다랐습니다.

오르막 언덕에 있는 향교는 처음 가보는 듯한데 오르고 나니 향교의 정문이 대성전 맞은편에 따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향교로 오르는 길 아래에는 용안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하마비와 홍살문을 지나 정문을 맞이하게 되는 일반 향교와는 특징이 사뭇 다릅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용안향교는 원래 고려시대 공양왕 3년(1391년)에

현재 위치한 곳에서 대략 600m쯤 떨어진 곳에서 세워졌다고 합니다.

이를 조선 태종 16년(1416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게 세워졌다는 설이 전해지는데요.

1927년 무렵 화재로 인해 대성전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이 모두 소실되어 그 자리에 용안초등학교가 세워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향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성전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모시는 공간입니다.

용안향교 대성전은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재자료 제8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유래는 조선 태종 16년(1416)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 설립된 이후 임진왜란 등으로 훼손되었다가 다시 중건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대성전에는 중국의 공자와 그의 제자 네 성현, 우리나라 성리학의 기틀을 마련한 18명의 우리나라 유학자들이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매년 ‘석전대제(釋奠大祭)’가 봄과 가을에 열리며, 지역 유림과 관청 인사들이 참여하여 전통 유교 제례를 거행합니다.

이러한 제사는 조선시대의 관학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입니다.

대성전 맞은편에 있는 명륜당(明倫堂)은 실제로 유생들이 학문을 배우고, 인격을 수양하던 강학 공간입니다.

건물은 비교적 소박하지만 단아하며, 내부에는 온돌방과 강학 공간이 분리되어 조용히 글을 읽기에 적합한 구조입니다.

명륜당은 말 그대로 '윤리를 밝히는 집'이라는 뜻이 있으며, 지역 인재들이 예절과 문장을 익히며 성장해가던 곳입니다.

향교의 강학 기능은 근대 이후 교육제도의 변화로 점차 사라졌지만,

명륜당은 오늘날에도 그 상징성과 전통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용안동헌과 용안향교를 둘러보았는데요.

과거의 행정, 교육, 제례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을 이해하게 되는 장소로 정갈한 돌담길과 기와지붕 아래서,

우리는 조선이라는 시대가 지향했던 '충'과 '효', '예'와 '학'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습니다.

익산 여행길에 조금은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복잡한 관광지보다 차분한 역사 속 공간에서 진정한 쉼과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용안동헌과 용안향교는 그런 여정을 위한 완벽한 장소가 되어줄 것입니다.

찾아오시는 곳 :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삼기면 진북로 3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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