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랍니다.

각 지역의 독특한 지질 자원과 이를 품은 마을이 지닌 역사 및 문화자원을 접목시켜 조성한 지오 트레일(Jeju GEO trail).

제주의 속살 그 원형과 마주하는 지오(Geo) 투어는 크게 네 지역으로 나뉘는데요.

동쪽의 성산·오조, 서쪽의 수월봉, 남쪽의 산방산·용머리해안, 북쪽의 김녕·월정 일대이지요.

그중 이번은 섬이 된 바다(내해)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성산·오조 지질 트레일에 올랐답니다

성산 일출봉과 오조리, 터진목 등 8.3킬로를 부담없이 연계해서 만든 성산·오조 트레일을 걷기로 했던 거지요.

널리 알려진 바대로 성산 일출봉은 아름다운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인데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광휘로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그래서 이름도 성산일출봉이지요.

해풍 거느리고 숲 그늘따라 층계를 오르는데도 땀이 줄줄, 산정에 올라 탁 트인 태평양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네요.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가슴 속 탁기와 독소를 죄다 비워내듯 입으로 후~하며 숨이 빠져나가게끔 끝까지 내쉬었지요.

자연스럽게 호흡에 집중하며 맑은 공기로 폐부를 정화시켜서일까요.

마음이 안정되며 서서히 평화가 차올랐습니다.

짙푸른 수풀이 비단천처럼 내려앉은 분화구를 흡족한 기분으로 오래 지켜보다가 일출봉을 내려왔습니다.

성산리에서 오조리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았지요.

마침 썰물 때라 내수면의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있었어요.

오조 마을 깊숙이 파고든 바다는 제방과 갑문에 막혀 내해가 되었는데요.

나를 비춰보는 마을이란 뜻의 吾照里이기도 하나 일출봉에 해가 뜨면 가장 먼저 그 빛을 받는 마을이라 붙여진 지명이래요.​

오조리에는 식산봉과 수면 둑길, 원담 등이 있으며 호수처럼 바다가 펼쳐진 내수면이 드넓게 펼쳐져 있답니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오조 포구 빙 둘러 나있는 오조 지질 트레일로 접어들었어요.

초입에 조개잡이 쉼터가 있듯 인공적으로 물길 막혔을지라도 만조 시엔 바닷물이 들이차는 곳이기든요.

한도교라는 성산항과 이어진 수문 다리를 지나 호수처럼 생긴 내수면을 끼고서 오조리에 이르면 조개잡이 쉼터가 열려있는데요.

썰물 때면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조개바당으로 바지락을 캐러 모여든답니다.

먹거리 풍부한 곳이라 온갖 야생 조류가 모여드는 철새 도래지이기도 한 여기엔 갈매기 왜가리 물닭 물수리 등이 날아온대요.

성산 일출봉을 정면에 두고 내수면 가에 오도카니 선 식산봉, 산 전체가 낟가리 쌓아놓은 듯해 왜구가 겁을 냈다는 오름이지요

50미터 높이라 잠시 올라 건너로 보이는 멋진 한 덩이 수석 일출봉을 조망하고 내려왔답니다.

염습지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인 '황근' 집단 서식지도 주변에 이어졌는데요.

멸종 위기종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황색 무궁화가 때마춰 이름대로 노란꽃 피어나기 시작하더군요.

내수면 위로는 너르게 제방이 나있어서 양편에 바다 거느리고 물 위를 걷는 듯한 운치 맛볼 수 있는 산책로가 나오는데요.

나무 데크길도 이리저리 연결돼 있답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펼쳐져 있는 장방형 양어장이야말로 낯설고도 독특한 풍광이지요.

이 주목거리는 제주 전통 고기잡이 양식인 '원담'이라는 건데요.

오조리 원담은 원형이 아니라 양식장처럼 뚜렷한 사각형 형태의 현무암 담을 만들어 놔서 간조 때나 형태가 짚이더군요.

밀물에 몰려든 고기떼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돌담을 쌓아 놓았는데 얕은 물속에 갇힌 은빛 고기가 막 튀어 올랐어요.

1961년 오조리 청년들과 부녀회에서 돌을 나르며 마을공동소득을 위해 문자 그대로 피땀 흘려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자조·자립·협동을 기치로 한 잘 살기 운동이 막 전개되던 시점이었어요.

이에 주민들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노력봉사 통해 양어장을 만들어 뱀장어 숭어 우럭을 길렀다고 해요.

따라서 먹거리가 풍부한 이곳은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답니다.

철새만이 아니라 사철 왜가리 고니 물닭 물수리 등이 물길에서 먹잇감 기다리는 풍경 흔하게 만나지요.

양어장 제방 길을 벗어나자마자 모란 동백을 쓴 이제하 시인의 화실 Z가 마중 나오는데요.

해풍 거센 물가에 서있는 두어 칸짜리 돌집은 조그맣고 초라한데 거의 문이 닫겨있더라고요.

갯메꽃 깔려있는 이 길을 지나면 튜물러스 지역이 나타난답니다.

화산섬 제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튜물러스는 제주말로 빌레에 해당하는데요.

걸쭉한 용암이 흘러내릴 때 거죽은 식어도 내부 용암은 계속 흘러가며 용암 덩어리 표면이 마치 검게 부푼 곰보빵 닮은 지형이지요.

트뮬러스 지역을 지나면 띄엄띄엄 촌락이 나타나는데 인적 드문 길은 좀 후미지더군요.

돌담 두른 밭에는 장마철이라도 옥수숫대 고춧대며 고구마 줄기 무성하고 호박덩굴도 힘차게 벋어나가고 있었어요.

터진목으로 가는 도중, 제방둑에 제법 규모 큰 오조리 레저파크가 생겼던데 별로 붐비지는 않더라고요.

파크 앞에는 포토존이라는 달빛 정거장이 하수아비처럼 하품을 하고 서있었답니다.

달빛 전망대를 만들어 달밤에도 카약과 보트를 탈 수 있다는데 주소지를 보니 여긴 고성리군요.

썰물 진 내수면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 갯고랑이 만든 유연한 물길은 추상화를 그려내고 있었어요.

무채색 대형 화면에 취해 자연 발걸음 한량없이 더뎌집디다.

그러나 이제 곧 긴장하게 되는 광치기 해변 터진목과 만날 건데요.

연륙 공사로 외떨어졌던 성산포가 뭍과 연결되면서 바다는 드넓은 내수면이 됐다고 하지요.

터진목은 물때에 따라 열리곤 했던 길목인데 4·3사건 당시 성산 지역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 당한 곳이랍니다.

4·3 비극의 현장인 터진목 일별하고 수마포로 직진해 일출봉 산자락을 찬찬히 훑어보았지요.

아득한 신생대 때, 펄펄 끓다가 솟구친 분화구에서 터져 나온 화산재 겹겹 쌓여 층을 이룬 수성 화산체인 일출봉.

지구 역사와 화산의 퇴적 과정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야외 지질학습장이기도 한 곳이지요.

바닷속에서 분출한 마그마가 퇴적해 굳으며 물결 모양 층리를 형성, 수직 단애 기기묘묘한 암벽층을 이뤘답니다.

이 장엄한 경관에다 일제는 대자연에 아주 몹쓸 해작질을 해놓았는데요.

태평양 전쟁 말기, 일제가 해상특공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구축한 동굴진지가 일출봉 밑자락에 줄지어 열려있답니다.

열여덟이나 되는 진지동굴 중 몇몇 개를 둘러보고 나면 지질 트레일 코스 완주하게 되는데요.

쉬엄쉬엄 세월없이 걸어서인지 서너 시간은 좋이 걸렸더라고요.

어느 결에 천지 붉으레해지는 해거름이 되며 제가 끌고 온 그림자 거인처럼 길쭉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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