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시간 전
[블로그기자단] 몸짓을 기록하는 예술적 실험 - 김다솔 작가의 '와닿은 몸짓들'
글·사진: 블로그 기자단 추미양
송파구에는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전시와 공연이 연중 이어지고 무료인 경우도 꽤 있습니다. 저는 공연보다 미술을 더 좋아하는데요, 친구와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곤 합니다.
지난 수요일 문정동에 있는 갤러리 ‘옥상팩토리’에서 실험적인 젊은 작가의 ‘와닿은 몸짓들’ 전시를 무료로 감상했습니다. 시각 예술인 김다솔 작가의 프로젝트 작품들인데요, 예상치 못한 상상과 표현에 놀랐습니다. 궁금하시지요?
저와 함께 김다솔 작가의 예술 세계로 들어가 보실까요?
김다솔 작가는 어떤 분일까요?
Q. ‘와닿은 몸짓들’ 전시를 축하합니다.
- 제 첫 개인전인데요, ‘송파 문화예술인 활성화 지원 사업’ 덕분입니다. 지난해 1월 이인전을 한 적은 있어요. 오버랩 오브제(Overlap object)라는 주제로 임채홍 작가와 갤러리 인(Gallary IN)에서 전시를 했었습니다.
Q. 송파 문화예술인 활성화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았군요?
- 그렇습니다. 송파문화재단이 역량 있는 송파구의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의 창작 활동을 도와준다고 하여 지원서를 제출했고 최종 선정되었죠. 12팀을 선정하는데 131팀이 지원했다니 경쟁이 심했습니다. 송파문화재단은 전시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할 워크숍, 퍼포먼스 공연 등에도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Q. ‘몸짓’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제작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20대 초반부터 돈을 벌기 위해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팔아야 하니 손님이 말하지 않지만 내비치는 의중을 읽기 위해 몸짓을 재빠르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또한 취미로 발레를 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삶과 일상 속 몸짓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전시문화 공간인 옥상팩토리
‘와닿은 몸짓들’ 전시는 갤러리 옥상팩토리에서 합니다. ‘옥상’ 하면 음습한 느낌의 공간인데요, 최근 야외 카페나 야외 파티가 늘어나면서 야외인 옥상이 시대의 트렌드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시문화의 공간이자 창작의 장소, 새로운 여가와 휴식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죠.
그런데 찾아간 옥상팩토리는 송파법조타운 푸르지오시티의 지하 1층 113호에 있습니다.
옥상의 반전에 깜놀!
하지만 열려있는 공간으로서의 옥상의 의미는 같겠지요.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뜻의 팩토리와 만나 옥상팩토리는 신선한 창작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옥상팩토리는 지하 주차장 입구 좌측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우측으로 돌아 골목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옥상팩토리는 카페를 품은 갤러리인데요, 김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기 전후에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벽면에 전시된 여러 작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고요.
드로잉(Drawing) 작품
전시실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작가 노트’와 전시장 내부 평면도인 플로우 플랜(Floor plan)이 놓여있습니다. 작품 감상하기 전에 작가 노트를 읽어보면 작품의 소재, 작가의 의도, 표현 매체 선택 등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자그마한 종이에 그린 <의중의 단서>는 드로잉 작품으로 일상에서 관찰한 신체의 동작, 즉 몸짓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김 작가는 몸의 기울기, 걸음걸이, 팔과 손의 움직임, 고개의 각도와 눈의 방향을 순서대로 살펴보고 있으면 마치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연속적으로 놓인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몸짓은 각자의 의중(意中)을 품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몸짓은 마치 침묵하는 기호처럼 보인다고 설명하네요.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몸짓
김 작가는 자신의 몸짓을 넘어 타인의 몸짓을 이해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사용해 기록하고 독해하는 실험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몸짓을 영상 촬영과 스캐너를 통해 기록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미지와 인상을 열화상의 색 체계를 차용하여 드로잉, 회화, 도자소조(陶瓷塑造)로 표현했습니다. 의중을 품은 몸짓을 자의적인 방식으로 번안한 것이죠.
전시실에 들어오니 벽면에 걸린 회화와 바닥에 놓인 도자(陶瓷)보다 모니터 두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상이 눈길을 끕니다. 1번부터 감상하지 않고 우측의 12번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상대방의 의중을 읽어내고 몸짓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짓을 흉내 내는 따라 하기(Mimicking)를 하게 되는데, 따라 하기를 위한 기록 방식이 특이합니다.
문서를 스캔하듯 손짓과 발짓과 같은 몸짓의 부분적 요소를 스캐너를 사용해 이미지로 기록합니다. 동시에 멀리서 총체적인 움직임을 영상으로 담아내고요. 몸짓을 ‘스캔 된 몸짓’과 ‘영상화된 몸짓’으로 기록해 교차 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신체의 살과 움직임은 스캔을 통해 더듬어져(Skin-ship) 2차원의 추상화된 신체 이미지로 변환합니다. 이렇게 압축된 추상화된 신체 이미지는 출력, 그리기, 출판, 영상 등의 여러 매체를 통해 읽을 수 있게 되고요. <36°를 위한 더듬기> 작품은 스캔해서 얻은 이미지를 열화상 색 체계를 기반으로 종이에 유성 색연필로 그린 것입니다.
김 작가는 어머니의 취미인 발레의 동작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발레의 춤 동작을 기호와 말로 표현하는 방식인 안무기보법(按舞記譜法: choreagraphy)은 17세기에 프랑스의 궁중 발레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위 세 개의 작품 이름을 김 작가가 우리 말로 표현해 주었는데요, <가장 중요한 선율의 위치를 파악하기(정적으로/적극적으로/뒤집어보기)>입니다. 2024년 캔버스에 아크릴릭으로 그렸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발레 동작들과 연결해 상상해 보았는데요, 가운데 작품은 에너지가 한꺼번에 순간적으로 분출하는 신체의 역동성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위 작품은 2025년 종이에 유성 색연필로 제작한 것인데요, 2024년에 아크릴릭으로 그린 작품과 좀 다른 느낌입니다. 코로나가 유행할 때 공항에서 발열 감지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온도가 높은 부분이 적색으로 표시되었죠. 인간의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온도를 시각화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위 세 작품은 캔버스에 아크릴릭으로 그린 것입니다. 좌측부터 <문지르기_한쪽 방향으로 돌기 02>, <문지르기_균형을 잃으면서 하강하기>, <문지르기_한쪽 방향으로 돌기 01>입니다. 발레의 동작 중 한쪽 방향으로 돌 때의 얼굴이 디테일하게 잘 묘사된 것 같습니다.
캔버스에 아크릴릭과 오일 파스텔로 그린 위 작품은 발레 동작 중 바닥에서 상승하기 위한 5가지의 과정을 표현한 것인데, 발바닥의 충격이 강하게 전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실 바닥에 놓인 도자 작품들은 도자, 나무, MDF 합목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좌측부터 <와닿은 몸짓의 껍질들(무수히 손가락을 흔들어도 불구하고)>, <와닿은 몸짓의 껍질들(누군가 화해를 청해도 소용없었다), <와닿은 몸짓의 껍질들(다가서는 고민 끝에 발을 들었다)>입니다. 이 작품들은 스캐너의 발광 센서 속도에 따라 늘어진 신체 이미지를 도자라는 새로운 몸체에 구연한 것입니다.
최근 신기술과 디지털 매체 등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젊은 작가가 많아졌습니다. 김 작가는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몸짓에 관심을 가지고 몸짓 뒤에 숨겨진 의미를 감지하고 읽어낼 수 있는지를 미술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관객과 연결합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김 작가를 비롯한 송파구 예술인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와닿은 몸짓들>
✔ 전시 기간 : 2025.6.4.(수) ~ 2025.6.15.(일)
✔ 전시 시간 : 수(13:00~21:00) / 목, 금, 토, 일(13:00~19:00) / 월, 화 휴관
✔ 전시장소 : 옥상팩토리(서울시 송파구 법원로4길 5, 지하1층 B112호)
✔ 예매 : 예매없이 현장 관람(무료)
✔ 후원 : 송파문화재단
✔ 내용 : 몸짓을 읽어보고자 하는 가설을 세워, 감각적으로 몸짓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이는 전시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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