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제33회 율곡문화제 후기, 파주 이이 유적지를 아시나요?
“율곡과 마주한 오늘, 전통과 현대를 잇다”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코로나로 숨죽여 지내던 모든 일상이 축제로 다시 환원되는 시간.
<제33회 율곡 문화제>를 지인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같이 가자고 했다. 돌아온 답은 "강릉?"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율곡 이이하면 강릉을 먼저 떠올린다.
무엇이 문제일까? 제대로 한번 확인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축제 전날 일기예보는 가을비가 돌풍과 벼락 우박을 동반하겠다고,
오전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비를 예고했다.
행사가 가까워지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율곡 연수원을 지나면서부터는 우의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주차차량들을 안내하며
행사장 주변의 질서와 안전에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비가 와도 아는 사람들은 의미있는 축제에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에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진행요원들의 모습,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며 잔디광장을 거니는 사람들....
곧 기념식이 진행되고 내빈들의 인사말이 끝나자
율곡고 취타대의 흥을 돋우는 전통악기 공연이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주요 행사의 첫번째_ 방방례와 유가행렬이 진행되었다.
13세의 나이로 진사시에 합격하고 그 이후 아홉 차례의 과거에 모두 장원하여
구도장원공이라 불린 율곡이이에게 홍패와 어사화를 하사하고, 유가행렬을 한다.
오후 13시부터 시간별로 법원사거리, 문산시가지, 금릉 금빛로, 운정호수공원등지에서
유가행렬이 있을 예정이지만 이곳 기념식장에서도 무대에서 내려와
무대 앞을 지나는 약식으로도 유가행렬의 의미를 알기에 충분했다.
방방례
조선시대 과거시험 장원급제자가 왕에게 정하고
합격증인 홍패와 어사화를 하사받는 의식.
유가행렬
과거급제자가 어사화를 머리에 쓰고
채점관, 선배, 친족을 방문하며
급제를 알리는 축하 행렬
오늘날의 퍼레이드와 비슷한 행사
유적지 곳곳엔 율곡의 가치를 알리는 배너들이 줄지어 있다.
비를 피해 사임당 미술제와 율곡 백일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이 기념관 처마아래에도
기념관 안에도 곳곳에서 편한 모습으로 자기나름의 가치창출에 몰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율곡문화제 추향제의 시작
또한 빗속에서도 다음 추향제 준비로 분주한 어른들을 보면서 미리 자운서원으로 향했다.
자운서원은 율곡이이의 명성에 비해 규모가 큰 사원은 아니지만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400년 넘은 보호수 느티나무와 함께 소박하고 정갈하다.
서원은 오늘날의 학교다. 그 학교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오늘날의 기숙사에 해당되는 동제와 서제가 있고,
다시 계단을 오르면 교실에 해당되는 강인당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강인당 뒤로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이곳이 오늘 추향제를 지낼 곳이다.
문성사로 오르는 입구에는 율곡 선생의 덕행을 추모하고 자운서원의 건립 내력을 기록한
<자운서원 묘정비>가 비에 젖어 촉촉하다.
서원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역할도 담당했다.
추향제를 지내기 위해 우산을 받쳐 든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
작은 뜰앞에 다 오르지 못한 사람들은 비를 피해 제각각 자리하고 지켜본다.
우리가 5천 원권 지폐에서 자주 봤던 율곡이이의 영정이 보인다. 제례가 시작되었다.
빗속에서도 제향은 정성을 다해 예를 갖춘다.
복잡한 절차에 반복 되풀이되는 의식에도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경건하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예를 갖춰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가짐도 추슬러보았다.
유교의 나라였던 조선에서 조상을 모시고 학업에 매진하여
입신양명하는 것은 가문을 빛내는 일이며 최고의 효(孝)였다고 한다.
그 효의 모범을 보인 사람이 율곡이다.
이번 축제 율곡 코드, 코드네임 1551-효의 뿌리를 찾아서로 명명된 부분이다.
아홉 번의 과거시험에 도전하고 장원급제하여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했다고 하니,
그 어머니 신사임당 역시 그런 율곡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추향제를 끝으로 오전 공식 행사는 끝났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곳곳에 설치된 율곡 가치 찾기 배너들이 보인다.
찬찬히 읽어보는 사람들이 드물다.
반갑게도 한 어린아이가 우산을 던져둔 채 뭔가를 메모하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
축제는 이렇게 스스로 찾고 보고 알아가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아이를 보면서 느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란한 행사가 아니어도 이곳은 언제라도 방문가치가 넘치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파주 율곡 이이 유적지, 율곡이이 가족묘
비가 내려 출입하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용기 내어 <율곡이이 가족묘>를 둘러봤다.
같이 걷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있었다면 수목원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신사임당의 묘가 먼저 보이고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 이이의 묘가 있다.
각각 기념물 14호와 15호로 지정되어있다.
이렇게 율곡 이이의 가족 모두가 파주 자운산 자락에 모여있는데,
율곡이이문화제 얘기에 강릉을 떠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앞으로 율곡 이이의 가치 전달을 어떻게 해야 될지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율곡문화제 축제의 현장
오후가 되면서 비는 잦아들고 서원 앞 잔디밭엔 활을 쏘기도 하고
긴 막대를 병 속에 던져 넣는 투호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자연속에서 전통놀이를 하면서 위인전을 책이 아닌 체험과 관람으로
직접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은 날이다.
무대에선 어린아이들을 위한 마술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축제분위기를 띄운다.
날씨도 점점 맑아지고 축제장의 분위기도 북적이기 시작한다.
역사 해설사를 따라 율곡의 가치가 쓰인 배너의 내용을 확인하고 자운서원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역사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코드네임 525
율곡의 풍류
파주 이이 유적지를 무대로 제작된 문화공연 영상이 펼쳐진다.
현대의 기술이 입혀진 유적지의 영상은 그 어떤 명소보다도 우아한 자태로 다가왔다.
영상속의 실제 그곳에 지금 우리가 있고 현재 진행형 공연이 펼쳐졌다.
오전엔 고등학생들의 취타대가 흥을 돋우었다면
오후 풍류마당의 흥은 전통과 현대의 퓨전 타악과
사물놀이 퍼포먼스 공연이 길놀이를 시작으로 흥을 돋운다.
눈부신 햇살이 기분좋게 축제의 첫날을 축복하는 기분이다.
10월의 축제, 눈부신 햇살에 어울리는 클래식으로 한껏 격조를 높인 <10월의 어는 멋진 날>이 울려 퍼지고,
지금의 풍경에 어울리는 씨네마천국의 OST가 바이올린 선율로 축제 첫날의 아쉬움을 설렘으로 만든다.
마지막 게스트 동물원의 공연은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익숙한 노래들이다.
아마도 출연진을 이렇게 순서매김한 것도 아마 축제의 의미와 관계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해본다.
율곡 이이의 생애와 업적을 하나씩 읽다 보면 이이는 정말 범접할 수 없는 천재다. 추앙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지금도 배우고 익혀야 할 많은 것들이 차고 넘치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의 기본은 시대를 초월해
"기본은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앞서간 대선현에 대한 앎이 많이 부족함에 부끄러웠다.
동물원의 공연이 끝나고 첫날의 율곡문화제 무대가 정리된다.
하지만 내일이라는 또 하루에 나머지를 조금 더 채워보려고 한다.
다시 찾은 이이 유적지,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쾌청하다. 정말 10월의 멋진 날이다.
주차장은 유적지 앞에 자리한 곳에도 충분히 여유있었다.
둘째날이라서? 공연과 행사가 많지 않아서? 이유야 많겠지만,
이곳은 일상의 번잡함을 피해 조용히 힐링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임이 틀림없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종합문화예술축제다.
오늘 유적지에서는 사임당 추모제향을 보고 자경문 캘리그래피 체험을 했다.
함께한 가족은 부모가 아이에게, 아이가 바라는 부모를 말하면서 글을 읽으며 서로 문장을 나누고 글씨를 쓰며
흐뭇함이 가을 햇살만큼 화사한 모습이었다.
자경문自警文
'스스로 깨우치는 글'로 율곡 이이 선생이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 수양을 위해 지은 글이라고 한다.
거창한 것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인생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율곡 이이 선생의 자경문은 자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기와의 약속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자경문 11조>를 읽어보고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다짐하고 싶은 단어를 골라 캘리그래피로 써보면서
글의 뜻도 마음가짐도 새롭게 가져보는 체험이다.
붓펜으로 글을 쓰면서 마음대로 써지지 않는 글씨와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하게 다스려지고 글의 뜻도 마음에 와닿는다.
아이들은 자경문은 몰라도 어떠해야 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이 기념관에 들어가 이이의 생애를 살펴보고
밖으로 나와 유적지를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신사임당과 이이의 동상을 바라본다.
고개 돌려 건너편 산속에 모습을 보이는 자운서원을 바라본다.
햇살이 눈부신 잔디밭에 세워진 그림이 율곡의 이야기를 말한다.
그냥 나무그늘에 자리하고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는 것도 보기 좋다.
파주 시민회관에서는 율곡 이이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콘서트에는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율곡의 가치를 재조명해 보는 시간이었다. 성우분이 율곡의 생애를 구연동화로 들려주었다.
최태성 강사는 그에 덧붙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 해주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모는 자녀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삶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백성은 어떤 마음으로 다스려야 하는지 등 다방면에 걸친 이이의 업적을 보고 배우며
꼭 축제가 아니어도 남녀노소 어느 누구라도 율곡 이이의 흔적 하나 곱게 물드는 단풍처럼
마음속에 간직하는 그런 시간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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