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전
[제주어 벨롱]❸ 절 - 시인 김신숙
제주어 벨롱✦𝟎𝟑 절
❝4월의 벚꽃은 까마귀도 쉬쉬하던 제사상에 놓인 곤밥을 닮았다.❞
절🌺
파도, 바다의 물결.
제주의 사월은 벚꽃이 내리는 시간이다.
추념식이 시작되는 4월 3일 오전 10시 묵념을 시작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벚꽃들이 봄바람에 일렁이며 파도처럼 사람들 곁으로 밀려온다.
꽃 파도다. 아니, 꽃 절이다.
제주에서는 ‘가매기 모른 식게’가 있다.
사람은 죽었으나 그 사람의 죽음을 알리지 못해,
까마귀도 모르게 제사를 지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의 사월은 파도치면 웅, 하고 우는 절울이오름(송악산)처럼,
슬픔을 파도에 태우고 널리 멀리 나아가 77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곁으로 일렁이며 다가와 꽃 파도처럼, 꽃 절처럼 절한다.
4월의 벚꽃은 까마귀도 쉬쉬하던 제사상에 놓인 곤밥을 닮았다.
곤밥에 수저를 꽂은 모습은 사람들이 켠 불에서 흐르는 촛농을 닮았다.
끝끝내 살아서, 공손하게 절하는, 남은 아이들 손등을 닮았다.
나는 젊은 날에 태풍이 오면 법환동 바닷가로 파도를 구경하러 가곤 했다.
파도는 정말 높이 솟구쳐 밀려오다 뭍을 만나면 거침없이 부딪쳐 흩날렸다.
간절하다는 것은 어떤 마음인가.절실한 마음은 어떤 자세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절을 한다. 바다가 전부인 제주에서 끝내 마음을 세우고,
끝내 자신을 버리면서도 절대로 버리지 않는 그런 마음이 절이다.
태평양에서 달려와 부딪치는 절을 서귀포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맞이한다.
─시인 김신숙🪶
@kimsinsook
✨「벨롱」 : 불빛이 멀리서 번쩍이는 모양 제주어는 먼 별에서 시작한 빛처럼 오랜 세월을 지나왔습니다. 멀고 먼 곳에서 시작한 언어의 힘은 우리들 일상 속 반짝이는 활력을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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