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날, 울산문화예술회관 뒤에 있는 울산문화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총 사업비 216억 7천만 원을 들여 5만 6천315㎡ 규모이며, 2003년 7월 개장한 공원입니다.

시민들의 보건 휴양 및 정서 함양을 위한 후생적인 조경지입니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져 힐링과 여유를 선사하는 쉼터입니다.

문화제, 음악회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지로 축제와 화합의 장입니다.

또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기도 합니다.

울산문화공원을 방문했을 때는 영산홍의 무도회가 한창이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며 꽃의 절경을 마주합니다.

영산홍은 조선 세종 때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하여 왜철쭉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세종과 연산군이 좋아했던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화방창 영산홍에 눈길을 주자 화려한 꽃을 뽐내느라 술렁거리기 시작합니다.

빨갛고 노란색이 유혹합니다. 절세미인이 따로 없습니다.

천사의 모습으로 꽃잎을 흔드는데 날아가는 비둘기도 미색에 반해서 꽃 위로 떨어질 기세입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형형색색으로 단장된 영산홍 미색을 품어봅니다.

자세히 보니 꽃의 배색은 어떤 단청보다 곱고 정겹습니다.

어느 꽃의 미색도 능가하는 독창적입니다.

그 아름다움에 황홀경에 빠지고 미색에 홀딱 반해서 정신없이 비몽사몽입니다.

하여 영산홍이 만개한 문화공원을 걸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바쁘게 사느라 받은 상처와 아픔들을 치유받기에 안성맞춤입니다.

겨울을 인내한 꽃들이 피워 올리는 환희의 시간을 보면서 우리네 삶도 언젠가 꽃을 피울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나는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합니다.

온통 붉은 꽃으로 덮여있는 문화공원의 심연(深淵).

꽃은 춤추고 나는 꽃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가서 꽃과 한 몸이 되어 봅니다.

벌 나비와 햇살과 바람, 비둘기까지 찾아들게 하는 꽃들의 무도회야말로 자연이 쓴 최고의 금석문입니다.

몸 안의 아름다움을 꺼내 혼신으로 꽃을 피우는 영산홍. 나의 유희는 향기에 흠뻑 젖었습니다.

나는 무슨 아름다움으로 이 공원을 걷고 있는 지금 잠시 꽃이 되어 봅니다.

꽃이 보여 주는 아름다움 만큼 내 마음도 그렇게 되기를 가꾸고 싶었습니다.

문화공원에는 울산 출신으로 조선 시대 대표 외교관 '충숙공 이예 선생' 동상도 있습니다.

본관은 학성, 호는 학파, 시호는 충숙입니다.

선생은 중인 계급인 아전 출신으로 외교관을 거쳐 동지중추원사라는 종 2품 벼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조선 초 한일 관계의 근간이 됐던 계해약조 체결에 공헌하고, 1401년 정식 외교사절이 된 후 40여 차례에 걸쳐 일본을 오가며 667명의 조선인 귀환을 성사하는 등 대일 외교를 주도한 외교관입니다.

문인 제도 및 계해 약조를 정약하는 등 외교활동을 펼쳤습니다.

동상 앞뒷면에는 세종과 충숙공이 주고받은 서신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충숙공에게 이르기를 일본을 모르는 사람은 보낼 수 없어서 이에 그대를 명하여 보내는 것이니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라“

"충숙공이 세종대왕께 아뢰기를 다만 성상께서 신을 늙었다 하여 보내시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신이 성상의 은혜를 지나치게 입었으므로 죽고 사는 것을 염려하지 않습니다. 이제 종사할 사람을 가려서 소신을 보내도록 명하시면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을 죄다 찾아서 돌아오겠습니다. - 조선왕조실록 세종 25년 1443년 6월 22일"

대한 광복회 총 사령을 지낸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 의사 동상 앞입니다.

7년간 떠돌이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2024년 광복절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라볼수록 우국충절(憂國忠節)과 애국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게 합니다.

1884년 울산 북구 송정동에서 태어났습니다.

1910년 양정의숙을 졸업한 뒤 법관 시험에 합격해 평양 재판소 판사로 발령 났으나 “독립운동가를 내 손으로 단죄할 수 없다”라며 임용을 거부했습니다.

1916년 노백린, 김좌진 등과 함께 국내 최대 독립군 단체인 대한 광복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항일투쟁을 하다 체포돼 1921년 8월 11일 37세의 나이로 대구 형무소에서 처형되어 요절한 독립운동가였습니다.

하늘로 솟구친 시계탑이 있고, 로터리클럽에서 세운 ‘네 가지 표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진실한가?, 모두에게 공정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 나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마치 꽃처럼 보이는 붉은 잎을 가진 홍가시나무가 아름답습니다.

인공으로 조성해서 자연적인 미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공원을 꾸며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중앙광장 800㎡ 부지에 두 개의 기둥의 울산 항일독립운동 기념탑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하다가 희생된 애국지사들의 애국심을 기리고자 2021년 7월 건립되었습니다.

기념탑 외벽엔 독립운동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고, 국가유공자 102명의 이름이 석관에 새겨져 있습니다.

25억 8,4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높이 30m 기념탑과 애국지사 명부 석석, 벽부조, 참배광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원 내엔 조형물과 휴식 시설도 있습니다.

벽천 광장과 분수광장, 땅이 낮은 썬큰 가든, 편의 시설인 막구조 파고라 등이 있습니다.

공원 구석에 있는 돌계단을 내려서니 동화 속의 신비한 낮은 공원에 버드나무가 있습니다.

수령이 오래된 고목이어서 애니미즘 같은 신령한 기운이 들었습니다.

강물처럼 이어져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문화공원 다운 향취가 있습니다.

도란도란 서있는 나무의 향연이 도심의 허파처럼 오롯합니다.

낭만이 흐르는 아지트입니다.

왕생이 길에는 다양한 예술 전시품들이 공원을 더 문화적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왕이 태어날 만큼 기분 좋은 곳’이란 설화를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 왕생이 길입니다.

품질 명장을 스토리텔링 한 조형물이 있어 의미심장했습니다.

휴식과 낭만, 역사를 느끼며 마음에 쉼표를 선물받을 수 있는 공원을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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