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열 기자]


경기도박물관 <광복80-합> 특별전 제1부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반만년 역사의 권위와 2천만 민중의 성충을

의지하여 국가의 독립됨과

우리 민족의 자주민 됨을 천하만국에 선언하며

또한 증언하노라.

(중간 생략)

만일 일본이 끝내 뉘우침이 없으면

우리 민족은 부득이 3월 1일의 공약에 의하여

최후 1인까지 최대의 성의와 최대의 노력으로

혈전을 불사코자 이에 선언하노라.”

대동단 독립선언서

이 선언서는 김가진이 기초한 것이다.

상해로 망명한 뒤 1919년 11월 28일 일어난,

이른바 제2차 독립 만세 운동 때 배포되었다.

74세 나이에 직접 짓고 썼다.

당시 평균 수명은 40을 넘지 못했다.

74세 나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가진은 독립에 신념을 갖고,

거친 망명의 길을 택했다.

일본의 폭압을 규탄하며 무장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용감한 의지는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숙어진다.

김가진이 쓴 독립문 글씨 ⓒ 윤재열 기자

독립 완성과 통일성취를 위한 의미로

3부작 연중 개최 예정, 그 첫 번째

경기도박물관에서 <광복80-합> 특별전 제1부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4.11.~6.29.)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박물관 이동국 관장은 “광복 후 80년 동안

경제도 발전하고 민주화도 됐는데, 우리 사회는

분열돼 있다. 그래서 ‘합(合)’이라는 주제를 택했다.

합은 사회 통합의 의미도 있지만,

남북통일이라는 염원도 담겨 있다.”라고 말한다.

독립 완성과 통일성취를 위한 의미로 3부작

연중 개최하는데, 이번 전시는 첫 번째라며,

“김가진과 여운형은 역사적으로

망국, 분단의 지점에서 핵심 인물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시련을 극복해 내는 위인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문화 선진국도 진정하게

다시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오세창의 전시가 그런 의미다.”라며

차후 계획까지 안내한다.

대한민국 개국 2년을 축하하는 시 ⓒ 윤재열 기자

◇ 개화파 김윤식, 김옥균, 김가진, 서재필 합작 칠언시 ⓒ 윤재열 기자

김가진은 구한말에 태어나

갑신정변과 동학혁명을 겪고,

1897년 대한제국 때는 황해도 관찰사로,

1904년에는 농상공부대신, 법부대신을 역임한다.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후

일본의 감시와 탄압이 심해지자

1919년 10월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이어 나갔다.

임시정부 고문에 추대되고,

제2 독립선언서인 ‘대동단 선언’을 발표한다.

먼 이국땅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했지만,

77세에 망명지인 상해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면한다.

김가진이 쓴 ‘부용정’ 편액 ⓒ 윤재열 기자

독립문 글씨를 쓴 김가진

전시장 입구에 대한제국 문관 대례복 차림의

김가진이 독립문 옆에 서 있는 사진이 있다.

이 장면에서 전시회 핵심 내용이 짐작된다.

그동안 독립문 글씨를 쓴 사람이

이완용인지 김가진인지 논란이 많았다.

전시에서는 김가진이 썼다고 명확하게 밝힌다.

근거로 서체와 서풍이 일치하고,

소장 내력을 들었다.

그리고 김가진이 독립문 완공 후

‘제국독립문’이 새겨진 먹을 전국에 배포했다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한다.

이동국 관장도 전시에서 꼭 봐야 할 것이

독립문이라고 권한다.

“독립문의 의미는

당시는 청나라 사대주의로부터의 독립이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지금 독립의 의미는 남북통일을 기필코

이루어내야 하는 통일문이라고 하고 싶다.

경기도민들도 독립문 앞에서 새로운 각오도 다지고

역사와 현실의 의미를 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김가진 장례식 만장 행렬 / 3.1 독립선언 2주년 기념식(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가진) ⓒ 윤재열 기자

◇ 김가진을 법부대신에 임명하는 칙명서 ⓒ 윤재열 기자

전시는 네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김가진이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김옥균, 서재필, 박영효, 유길준 등 개화파와

교류하며 활동한 내용이 있다.

이 시기에 오세창 등과 시서를 통한 사상과

예술적 교유도 한다.

이와 관련된 시문, 글씨, 사진, 그림 등에서

그들의 인간관계와 성품도 읽을 수 있다.

모두 귀한 국가유산에 버금가는 유물들이다.

유물을 오랜 시간 정성스럽게 보관하고 전해온

사람들의 수고를 느낀다. 덕분에 후대의 관람객들은

개화기 역사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시와 글씨에 몰두하며

세상과 맞섰던 정치가

‘대한제국 대신’ 코너에서는

일본인 화가가 그린 김가진 초상을 본다.

그림에 자신이 지은 시가 있는데,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는 조국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가진이 쓴 민영환 만장이 있다.

목숨을 버리며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이

오늘에도 빛난다.

청일전쟁의 일본 승리 개선 장면을 그린

일본 판화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전시장 내부, 김가진의 시문과 글씨, 사진,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 윤재열 기자

전시장 내부, 정치가로 활동하면서 예술에 마음을 기대며 산 궤적이 보인다. ⓒ 윤재열 기자

‘예술과 정치의 일치’에서는

정치가 김가진의 예술 세계가 눈길을 끈다.

그는 젊은 시절 다양한 시모임을 통해

문예인들과 교류한다.

특히 1910년 한일 강제 병합 이후

시를 짓고 글씨를 쓰는 데 몰두한다.

나라를 잃고,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소극적인 듯하지만, 시와 글씨에 몰두하면서

세상과 맞섰던 정신이 보인다.

네 번째는 상해 망명 정부에서 활동이다.

1919년 제2 독립선언서인 ‘대동단 선언’을 발표한다.

대동단은 3.1운동 직후에 조직된

비밀 독립운동 단체로 김가진이 총재를 맡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항일 무장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모집하고 대동 신보 등의

선전물을 비밀리에 제작, 배포하여

민중의 독립 의식을 고취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1940년 한국독립당 위원들. 뒷줄 왼쪽 두 번째가 김의한 ⓒ 윤재열 기자

김가진의 아들, 며느리, 손자. 임시정부 활동 시기 사진 ⓒ 윤재열 기자

여기서는 가족사진이 보인다.

아버지 김가진을 그대로 닮은 아들 김의한이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상해 임시정부로 망명해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광복 이후에는 김구가 이끄는 한국독립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김가진의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도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다.

광복 80주년 ‘합’ 전시는 남북통일 염원

전시장 마지막 코너에서 보는 사진도 마음을 울린다.

김의한은 납북되어 평양에서 생을 마감했다.

2006년 아들 김자동과 손자 등 가족이

정정화(김의한 부인)의 사진을 들고

김의한 묘소에 참배한 모습이다.

이 사진은 분단 현실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우리의 진정한 독립이

분단의 극복임을 암시한다.

광복 80주년 ‘합’의 전시 의미도 남북통일 염원이다.

전시장에는 김가진의 시문과

글씨, 사진, 그림 등이 있다.

김가진과 동시대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과

나눈 글씨 등 200여 점을 만난다.

거친 역사 현장에서 정치가로 활동하면서

예술에 마음을 기대며 산 궤적이 보인다.

가족이 대를 이어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하나 되는 나라를 꿈꾼 것도 울림을 준다.

광복 80주년이 되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들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

역사적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다.

경기도박물관 <광복80-합> 특별전

제1부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 전시 기간: 2025.4.11.-2025.6.29.

○ 전시 장소: 경기도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갈로 6)

○ 전시 유물: 김가진 초상 등 133건 214점

○ 관람료: 무료

○ 관람 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 해설 시간: 3회차(11:00, 13:00, 15:00,

각 50분 내외, 신청 없이 안내대에 모여 진행)

○ 문의: 전화 031-28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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