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
도심 한가운데 숨 쉬는 생명의 공간대전 천연기념물센터
[7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7월소식
도심 한가운데 숨 쉬는 생명의 공간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글·사진 안성진 여행작가
도심 속 자연의 유산, 여름날의 기억 한 조각. 한여름의 햇살 아래, 시원한 나무 그늘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이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대전 서구 만년동, 유등천과 한밭수목원 사이 도심 한가운데 숨 쉬는 생명과 시간이 공존하는 이곳,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천천히 머무는
시간을 담아보았습니다.
시간이 머무는 유산,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한여름의 기척이 어느새 도시를 감싸고 있습니다. 햇살은 눈 부시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때로는 시원하고 때로는 더운 기운이 섞여 있지만, 여전히 싱그럽습니다. 그 계절의 한가운데, 대전광역시 서구 만년동에 있는 ‘대전 천연기념물센터’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대전의 3대 하천 중 하나인 유등천과, 대전 시민의 삶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오아시스 같은 한밭수목원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믿음이 생기는 곳입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말 속에는 자연이 오랜 세월 품어온 귀한 생명과 풍경이 담겨 있으며, 그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2007년 4월 24일 개관 이후, 이곳은 우리나라의 자연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하며, 많은 이들에게 그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도심 속 자연유산, 그 특별한 입지
‘천연기념물센터의 위치가 왜 하필 대전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곳에 도착해 잠시 생각해보니 그 물음은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나라의 중심부이자, 전국 어디서든 닿기 쉬운 지리. KTX와 고속도로, 각종 교통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 방문이 어렵지 않습니다. 인근에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비롯해 정부대전청사, 국립중앙과학관, 한밭수목원 등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어,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연구와 교육이 살아 숨쉬는 지적 생태계의 중심지처럼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천연기념물센터’는 자연과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특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가족들이 즐겁게 입장하는 모습은 마치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한 장씩 펼치는 책 같았습니다.
남생이의 집, 공룡의 발자국
센터 옆에는 아담하고 정겨운 습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이곳은 바로 ‘남생이’의 보금자리입니다. 남생이는 한국에만 사는
반수생 거북으로, 점점 보기 어려워진 귀한 생물입니다. 예로부터 남생이는 집을 지키는 상징이자 장수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이곳 습지
에서 그 작고 소중한 생명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눈동자에 또 하나의 자연 수업을 열어줍니다.
“거북이야, 안녕?” 아이의 천진난만한 인사에 물결이 살랑이며 다가온 남생이가 얼굴을 빼꼼 내미는 순간, 이곳은 살아 있는 자연의 교실이 됩니다. 그
순간만으로도 이 공간은 참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커다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전시된 공간이 나타납니다. 과거와 현재가 포개지는 자리입니다. 수천만 년 전 지구를 거닐던 공룡이 남긴 흔적이 이토록 또렷하게 눈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 숭고한 감정을 일으킵니다.
시간과 계절을 건너는 이야기
센터 내부에는 수십 점의 천연기념물 전시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되어 있습니다. 꽃과 나무, 곤충과 새, 포유류, 그리고 지질 유산까지 각각의 존재들이 어떻게 이 땅에 남아 전해졌는지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프로그램은 이 이야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단순한 전시 해설이 아닌, 생명의
흐름을 따라 걷는 시간입니다. 해설 속에는 학문적 지식이 깃들고, 자연에 대한 애정이 스며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관과 연계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입니다. 학교 단체의 진로 체험, 자유학기제 연계 수업, 계절마다 운영되는 방학 프로그램까지… 이곳은 단지 ‘보는 곳’이 아니라 ‘참여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7월 이맘때, 센터 안은 더욱 활기를 띱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이곳을 가득 채우기 때문입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주니어닥터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이 매년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공룡, 수달, 매, 단풍나무 등 주제는 매번 달라, 아이들은 늘 새로운 자연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다음 달이나 그 이후 열릴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는 여름의 하루
밖으로 나오자, 여름 햇살이 제법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센터 외부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남생이 습지에는 물방울이 반짝이고, 주변 조경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환한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공룡 발자국 옆에서는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손에는 <스탬프와 함께하는 천연기념물센터 여행>스탬프 종이가 들려 있었고, “엄마, 우리 또 언제 와?”라는 말에 어머니가 “조만간 아빠랑 다시 오자!”며 아이 손을 이끌고 한밭수목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대전 천연기념물센터는 거창한 여행지는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은 자연과 시간을 품은 조용한 박물관이자,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과서이며, 어른들에겐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소홀히 여겨왔던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마주하게 해주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올여름, 그늘에서 쉬듯 시원하게 천천히 돌아보고 싶은 곳을 찾고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요. 천연기념물과 눈을 맞추며 여름을 기억하는 하루. 그 하루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 블로그 발행글은
"대전광역시 서구청 소식지"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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