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에는 마을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선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수령 500년이 넘은 이 나무는 조선 초기에 심어졌다고 전해지며,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고양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향교골 은행나무’라 부릅니다.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이 나무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은행나무는 고양향교가 있던 길목에 자리해 예부터 유생들이 지나던 길을 굽어보았고, 고양군청이 이곳에 있던 시절엔 군수와 관리들이 이 나무 아래서 풍류를 즐겼다고 합니다. 현재 위치는 고양동 355-10번지, 수고 24m, 둘레 6.7m에 달하는 거목입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눈부시게 흩날리고, 어느 가지엔 은행 열매까지 열립니다. 신기하게도 두 갈래로 갈라진 기둥 중 한쪽에만 열매가 맺힌다고 하는데요,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이렇게 열매를 맺는 게 건강한 나무의 증거”라며 자랑스러워합니다.

한동안 이 나무는 옹벽에 가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주민들의 요청으로 옹벽이 철거되고 진입로와 함께 작은 공원이 조성되면서 지금은 누구나 편히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 은행나무를 찾았던 날은 맑은 오후였습니다. 처음 나무를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모습에 잠시 멈춰 섰습니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굵은 나뭇가지와 넉넉한 그늘이 인상 깊었고 멀리서 보면 평범할 수 있는 풍경이 가까이에서 보니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나무 아래 벤치에는 잠시 쉬어가는 어르신들이 있었고, 그 곁에서 나무는 아무 말 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 한가운데에서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참 든든하고,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그늘에 앉아 있으니,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양시에는 30여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은행나무는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마을의 기억과 함께 자라는 '살아 있는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알고 나무를 보니, 그 모습이 더 깊고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도시 속에서도 고양동 향교골의 은행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말없이 마을을 품고 있는 이 나무 앞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었습니다. 올가을, 다시 한번 이 나무 아래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2025년 고양시 소셜기자단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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