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이 피어나는 곳! 공간힘을 담다 : 부산 공간힘

감각이 피어나는 곳! 공간힘을 담다 : 부산 공간힘

부산광역시 수영구의 조용한 골목, 수미로50번가길 3. 이곳에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한 걸음만 들여다보면 예술과 사회가 교차하는 깊은 사유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인상적인 이 공간, '힘'은 2014년 기획전 <옥상의 정치>를 시작으로 문을 연 비영리 예술공간입니다.

작은 골목 끝에 위치한 이곳은 지하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 전시마다 공간을 유기적으로 변화시키며 사회와 동시대 예술을 잇는 접점을 탐색해왔습니다.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닌, 예술을 매개로 사회의 구조와 모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힘'이라는 이름에는 단순한 에너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곳은 예술이 현실을 사유하고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믿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습니다.

젠더, 노동, 이주, 환경 등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문제들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하 1층 전시공간은 몰입형 영상 작업이나 대형 설치 작품에 최적화된 구조로, 조도 조절이 가능해 전시 주제에 따라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공간 전체를 활용한 다층적 설치가 자주 이루어져, 하나의 전시가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2층 공간은 보다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소형 평면 작업이나 오브제, 영상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집니다. 자연광을 활용한 연출이 돋보이며, 이곳에서는 아티스트 토크나 독립출판 전시, 소규모 워크숍 등이 함께 운영됩니다.

전시 구조는 유동적으로 바뀌며, 관람자가 공간을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입장하면 먼저 2층 전시공간으로 향하게 되고, 관람객은 자연스레 전시의 흐름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거나, 마음이 가는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2층 한편에는 리서치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관람자가 직접 메모지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고, 전시 연계 자료와 독립출판물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가 끝나고도 그 여운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전시로는 공간 힘의 시작을 알린 <옥상의 정치(2014)>,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노동의 현실을 조명한 <노동 없는 날들(2016)>, 이주노동자와 난민의 서사를 다룬 <경계 없는 기록(2019)>, 무형의 노동과 사회적 소외를 조명한 <비가시의 연대(2022)>가 있습니다.

이들 전시는 작품 감상을 넘어, 관람자 스스로 문제의식을 확장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에 머물지 않고 관람자와 창작자, 기획자 간의 소통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티스트 토크와 세미나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동시대의 사회, 정치, 철학적 주제를 함께 토론하며 더 깊은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시 연계 독서모임이나 토론회도 자주 열려 다양한 시각의 교류가 이루어집니다.

지하 1층의 전시공간은 조도가 낮고 밀폐된 구조로, 깊은 몰입감을 요하는 영상작업이나 설치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합합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만의 속도로 작품에 다가설 수 있어, 한층 더 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 내부는 작품 간 간격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관람 중간에도 휴식하듯 시선을 머물 수 있습니다. 전체 동선은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하나의 전시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구성도 인상 깊습니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입니다. 다만 전시마다 휴관일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은 필수입니다. 프로그램 중 일부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조기 마감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미리 신청해두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공간 내에서는 플래시 촬영과 삼각대 사용, 음식물 반입은 제한됩니다.

공간 힘은 부산에서 예술을 통해 사회와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입니다. 지역 창작자에게 실험과 표현의 무대를 제공하고, 국내외 예술공간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속에서 예술을 통해 천천히 사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곳, 그 질문이 작품과 공간을 통해 더욱 깊어지는 곳, 바로 이곳이 공간 힘입니다. 부산 여행 중 조금은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이 조용한 골목 끝의 특별한 예술공간에 꼭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수영구 SNS 서포터즈 이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