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시간 전
울산 동구 인권뉴스㉓ 별 일없이 산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인연’ 편집위원회
3월 1일, 문화공장방어진에 들렀다. 방어진항 끄트머리 방어진활어센터에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문화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문화예술 복합 공간이라고 한다. 전시 공간 ‘스페이스 중진 2.5’에는 박빙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별 일없이 산다’라는 전시명이 눈길을 끈다. 어려운 현실에도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고 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모난 데가 없이 둥글둥글하다. 바쁘거나 모난 모습이 없다. 한가롭다 못해 무료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자의 보자기 속에는 금도 있고 꿈도 있다. ‘참을 수 없는’ 작품 앞에서는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가려움을 참아내는 듯한 모습이 나를 닮은 듯 하다.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다양한 감정들을 담았다고 하니 나를 닮은 모습이 어찌 없으랴!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작품을 둘러보고 나서 창가 테이블에 잠시 앉아 항구에 정착된 배와 바다를 바라보았다. 잠시나마 ‘멍때림’의 여유를 가지면서 잠시 생각의 들머리로 들어가 본다.
최근 몇 년 사이 별 볼 일 없이 사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작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무료한 듯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코로나19 사태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이 ‘일상이 무너졌다’라고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상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3일 마주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 또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들은 가끔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묻는다. 그 물음을 접할 때면 “정말 재미없을걸요.”라고 답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정도의 선을 지키며 사는 사회는 결코 역동적이지 않다. 그러니 재미없을 수밖에….
잔잔한 호수를 보면 그 적막함이 ‘평화롭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평화롭다’는 생각이 어느새 사라지고 무심해진다. 평화로운 잔잔한 호수의 적막함이 어느새 별 볼 일 없는 일상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폭풍우가 치고 호수가 나무가 부러지고 변화가 생기면 부산해진다. 볼거리가 생긴 것이다. 어떻게 변화가 수습되는지 궁금해지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속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그리고 어느 순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호숫가 버드나무의 하늘거림이 그리워진다.
‘인권’이라는 두 글자 속에 담긴 세상은 어쩌면 사람들에게 ‘별 볼 일 없이 사는 삶’을 안겨 주고픈 게 아닐까? 있어야 할 것들은 당연히 그 자리에 있고, 당연한 것들은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일상이 지켜지는 세상. 일상
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 일상을 지켜주고자 하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별 일없이 산다.
※ 대왕암소식지 2025년 봄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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