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소원을 빌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올해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간절한 소원을 가슴에 품고 있으면,

언젠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씩씩하게 2023년의 끝자락에 닿았다.

내가 바랬던 일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한 해의 남은 시간을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다.

그렇게 또 소소한 바람 하나가 생겼다.

고성에서 울산바위만큼이나 유명한

서낭바위는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로 알려져 있어서

많은 이들이 발걸음 하는 명소라고 한다.

‘소원 빌기’에 늘 진심인 1인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낭바위 찾아가는 길

나름 볼거리가 많은 산책로

방문 날짜 : 2023년 10월 26일

※서낭바위는 현재 시설 개선 공사 때문에 12월 말까지

출입이 통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성군 홈페이지 공지사항 참고)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여러 관광객이 오가는 상황으로,

출입이 자유로운 상황이었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서낭바위 산책로 입구

서낭바위는 죽왕면 오호항과 맞닿은

작은 언덕 너머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낭바위까지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찾아가는 데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 길

서낭바위까지 가는 길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햇빛과 바람도 적당히 막아주어서

쾌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오호리 등대라고 합니다.

길을 가던 중 소나무 기둥 사이로

하얀 구조물이 보여서 걸음을 멈추고 살펴보니

다름 아닌 등대였다.

1958년에 처음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는

오호리 등대!

그 불빛은 40km 밖에서도 보인다고,

안내판이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오호리 등대에서 바라본 풍경

등대 쪽에서 오호항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에 시야가 가리긴 해도

항구와 활어회센터의 모습이 보인다.

지대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전망에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서낭바위로 내려가기 직전!

다시 서낭바위로 발길을 옮긴다.

서낭바위로 내려가는 계단 참에 이르러서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었다.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사고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이니만큼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 지킬 건 지켜주시길.

진짜 서낭바위 찾기

오해의 시작과 끝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온통 암석으로 뒤덮인 기묘한 풍경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와

서낭바위 부근에 이르렀을 때,

눈앞에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주위가 온통 암석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다 쪽에도 갯바위가 우후죽순으로 솟아있었다.

마치 돌로 변해버린 고대 생물을 마주한 느낌이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서낭바위를 찾을 수 있는 힌트는 여기에.

이 풍경들 사이에서 서낭바위를 찾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바위를

서낭바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부채바위’로 불리고 있었다.

시루떡 또는 샌드위치 형태를 띤 바위가

진짜 ‘서낭바위’였던 것.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이것이 바로 서낭바위의 실체

화강암과 규장암이 겹겹이 쌓인 형태의 서낭바위.

그 독특한 형성 배경 덕분에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화강암층 사이로 규장질 암맥이 파고든 것이라는데,

자연의 섭리가 이루어낸 경관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마을의 서낭당과 함께 자리하고 있어

서낭바위로 불리는 이 바위

여전히 마을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며

제를 올리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채바위

서낭바위만큼 명물이 된 바위들도 있다.

바로 부채바위와 복어바위이다.

부채바위는 대만 예류의 ‘여왕바위’와 흡사한 모습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의 옆모습 같기도 하고,

어떤 이는 스누피 캐릭터를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부채 바위는 기이한 형태 때문인지

관광객들이 필수로 사진을 찍는 단골 포토존이 되었다.

(그래서 ‘서낭바위’로 오해를 받았을지도.)

이 바위에도 풍화작용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강풍에 쓰러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영락없이 복어를 닮은 복어바위

부채바위 뒤에는 골이 난 듯 잔뜩 몸을 부풀린

복어 모양의 복어바위가 있었는데,

사람들의 작명 센스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이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사람들의 소원이 모이는 곳

그 소원들은 다 이루어졌을까?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어떤 소원들이 서려있을까요?

서낭바위 일대를 돌아보면,

크고 작은 돌탑과 바위에 붙인

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소원을 빌고 간 흔적.

돌멩이의 개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간 것 같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소원 비는 것도 깜박!

일단 소원은 나중에 빌기로 하고

바닷가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몇몇 보일 뿐,

주위는 잔잔하고 고요한 분위기였다.

마치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것만 같았다.

우주 속에 혼자 남은 묘한 기분?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의 미미함을 깨닫는다.

어쩌면 그런 경이로움에 기대어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풀어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소원을 빌러 갔던 나는

서낭바위의 아름다운 경관에 홀려

그만 소원 비는 걸 잊어버리고 말았다.

놓치면 아쉬울 걸?

서낭바위와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서낭바위 가는 길 전망데크>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오호리 등대 근처에 전망데크가 자리하고 있어요.

서낭바위를 둘러보고 왔던 길을 돌아 나오다가

전망데크를 발견하고 올라가 보았다.

전망데크에는 벤치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으며 쉬어가기 좋아 보였다.

강원 고성군 서낭바위 /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풍경들

무엇보다 주위에 펼쳐진 풍광들이 근사해서

서낭바위를 찾는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오호길 벽화>

강원 고성군 오호길 벽화 / 가을가을한 느낌의벽화가 이 계절과 잘 어울리죠?

죽왕면 행정복지센터를 마주 본 상태에서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담벼락을 장식한 예쁜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강원 고성군 오호길 벽화 / 서낭바위를 비롯한 바다를 주제로 한 그림도 보이네요.

오호항 쪽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골목길이 좁아서 차로 통행하는 데 다소 불편함이 있고,

여유 있게 벽화를 보려면 걷는 쪽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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