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서포터즈 8기 최승희 -

버려진 것들의 두 번째 삶 《Re; collective: materials》전시와 리테이블 DIY 워크숍 참여 후기

요즘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되죠. 그 말이 막연하기만 했는데, 이번에 다녀온 전시가 작은 울림을 주었어요.

반포동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리고 있는 《re; collective: materials》 전시는 우리가 너무 쉽게 잊거나 버리는 '재료'에 주목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어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었던 건 오상민 작가의 설치작품 〈SOIL TO SOUL>이었는데요.

방탄복이나 고성능 장비에 쓰인다는 고강도 섬유 '헤라크론'을 사용한 조형물이었는데, 산업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의 조직처럼 유기적으로 펼쳐진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마치 자연과 기술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합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예쁜 오브제를 보여주는 전시는 아니었어요.

불량 에어백은 빈백 소파로, 군용 낙하산과 텐트는 유니크한 의류로, 폐의료복은 다시 직물로 재탄생해서 영상으로 그 여정을 들려줍니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오래 남았던 건 '보호'라는 의미를 담고 있던 소재들이 이제는 새로운 형태로 '위안'이나 '사유'의 공간이 되어 관람자에게 다가오는 점이었어요.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사용되지 못했던 에어백이, 전시장 한쪽에 조용한 휴식 공간처럼 놓여 있는 장면은 꽤 상징적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다 썼다'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기준일 뿐 아닐까요. 그 안엔 여전히 생명과 감정, 그리고 가능성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번 전시는 '예술'이라는 언어로 그런 가능성에 대해 조용히, 그러나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었어요.

《re; collective: materials》 라는 전시 제목이, '재료를 다시 모은다'라는 이 단어가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말처럼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요즘은 습관처럼 "이 기후, 정상은 아니지?"라는 말을 주고받곤 합니다.

한여름 같은 봄, 비가 오지 않는 장마, 끝없는 폭염 속에서 우리는 종종 무기력해지죠.

이 전시는 거창하게 기후 위기를 말하지 않아요. 대신, '버리는 방식'이 곧 '살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건 제가 요즘 자주 느끼는 무력감을 살짝 밀어낸 따뜻한 위로처럼 다가왔어요.


전시를 다 보고 나니 한쪽 테이블에 알록달록한 원단 조각들과 낯익은 소재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로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인 '리;테이블 DIY 워크숍'이었어요.

전시에 사용된 폐소재들을 활용해 직접 키링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장에서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별도 예약 없이 관람 후 바로 진행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체험해볼 수 있었어요.

리;테이블 DIY 워크숍

🛠 운영 시간: 전시 기간 내 평일 오후 1시 - 6시 (전시 운영 시간과 동일)

🛠 소요 시간: 약 20~30분

🛠 소재 구성: 에어백 천, 군용 텐트, 낙하산, 안전벨트, 운동화 끈 등

•🛠 참여 방식: 테이블에서 원하는 소재를 골라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자유롭게 제작

바느질은 오랜만이라 살짝 걱정했지만, 도톰한 원단과 컬러풀한 끈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어느새 집중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부드러운 하늘색 에어백 천과 형광 주황색 안전벨트조각을 조합해서, 캐주얼한 키링을 완성했어요.

완성된 결과물은 투박하지만 애착이 가더라고요. ‘내 손으로 살려낸 재료’라는 느낌이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이 키링은 지금도 가방에 달려 있는데, 볼 때마다 전시의 여운이 떠오릅니다.

전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이나 '순환'이라는 키워드를 눈으로 접했다면, 워크숍은 그 가치를 손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한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재료가, 다시 누군가의 일상을 밝히는 물건으로 거듭나는 순간. 작고 소박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폐소재에도 아름다움과 서사가 있다"라는 전시의 철학이 이 워크숍 안에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어요. 작은 키링 하나지만,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이 '기후위기 시대의 작은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습니다.

전시 및 워크숍 정보

re; collective: materials


🌎 기간: ~ 2025. 8. 1.(금)

🌎 운영 시간: 월-금 오후 1시 - 6시(주말, 공휴일 휴관)

🌎 장소: 스페이스 이수(서초구 사평대로 84)

🌎 요금: 관람료 및 워크숍 모두 무료(재료소진시 까지)

🌎 주최: 래코드(RE;CODE)

직접 보고, 듣고, 만들며 느낀 《re; collective: materials》 전시와 리;테이블 DIY 워크숍은 예술과 실천 을 이어주는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전시만큼이나 체험도 꼭!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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