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시간 전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 기록으로 만난 유교문화의 정수
안동 유교문화박물관 옆편, 단정한 건물이
한 채 서 있는데 그곳은 바로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현대식 건물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백 년을 넘어온 기록의 숨결이 가득 찬
공간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세계기록유산이란?
세계기록유산(UNESCO Memory of the World)은 유네스코(UNESCO)에서
1992년부터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전 인류가 공유해야 할 뛰어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보호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운영되고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기록유산'은
오래된 책이나 문서만이 아닌 문명과 인간의 기억,
역사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기록, 사상, 문화,
운동, 공동체의 정신을 담은 문헌 자료들이
그 대상이 됩니다.
한국은 현재 1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다수가 바로 이곳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에
보관되어 있어요.
너무나 자랑스러운 곳이죠.
이곳에는 보관된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한국의 정신문화와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사례로 꼽혀요.
▪조선시대 선현들의 학문과 사상을 담아
목판에 새긴 교육자료인 ‘유교책판’
(2015, 세계기록유산 등재)
▪일제 강점기 국권 회복을 위한
시민운동의 기록인 ‘국채보상운동기록물’
(2017, 세계기록유산 등재)
▪수천 명의 백성이 연명으로 올린 상소문을 통해
집단 민의를 보여주는 ‘만인의 청원, 만인소’
(2018,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 등재)
▪전통 건축물에 걸린 현판을 통해 시대정신과
인문학적 가치가 응축된 ‘한국의 편액’
(2016,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 등재)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은 과거에
닫혀 있던 공간, 장판각 속에만 있던 기록들이
이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 형태로
탈바꿈되었죠.
그리고 모든 시민이 와서 볼 수 있어요.
‘편액’ 전시 공간에는 수많은 편액들이
개방형 수장고에 보관돼 있어요.
서원이나 고택에 걸린 글씨 한 점이
왜 세계기록유산일까요?
편액은 공간의 정신을 한 문장에 담는 예술이에요.
수백 년 전 선비의 글씨,
집주인의 철학, 공간을 대하는 태도들이
먹빛과 획 사이에서 드러나는 것이죠.
이 작은 글씨판들이 당시 건축과 교육,
사회 가치관의 지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편액이 ‘기록문화’의 또 다른 모습임을
알게 해줍니다.
2층 한켠에는 편액에 관한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편액의 서체’를 주제로 한 디지털 패널과
조명형 전시, 창암 이병직, 도산서원,
농운정사 등 각기 다른 시대와 지역,
장소에서 남겨진 편액들 등 다양한 기록들을
관람할 수 있어요.
‘서체’를 통해 글씨가 단지 읽는 대상이 아니라,
느끼고 해석하는 문화 예술의 대상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줍니다.
다른 한쪽에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과
‘한국의 유교책판’에 대한 전시 공간도
시선을 끕니다.
특히 ‘100m에 담긴 천하의 뜻’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만인소(萬人疏)’ 애니메이션
영상은,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 한 장의
긴 문서에 새겨졌다는 그 감동을 잘 보여줍니다.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 2층은 이렇듯
기록의 형식과 철학, 그리고 공간과 정신을
연결하는 전시의 정점이라 할 수 있으며,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기록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주는 공간입니다.
전시관 1층의 개방형 수장고에는
‘유교책판’이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마치 오래된
나뭇조각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무판 하나하나에 새겨진
정교한 글자들이 수백 년 전 선비의 정신과
시대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문헌을 간행하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새긴 나무 인쇄판이에요.
유교책판은 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 이념,
지방 사족(士族)의 학문적 자부심,
후대에 전할 삶의 방식과 윤리의식이 깊게 녹아 있는
사상적 실천물이에요.
책판의 제작은 기술의 산물만이 아닌
학문을 정리하고 편찬한 학자들,
정교한 손기술로 글자를 새긴 판각 장인들,
그리고 이를 경제적으로 후원한 지역 유림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한 집단 문화의 결정체라는 점이
자부심을 가지게 합니다.
1층 전시체험관 한쪽에는 VR 체험을 통해
세계기록유산을 ‘보는’ 데에서 나아가,
기록을 ‘경험하고 느끼는’ 방향으로
전시를 확장하고 있어요.
전통 기록문화에 현대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관람객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전시 환경을 만들어줘요.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조선시대 장판각 내부를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며, 실제로 책판이
보관되던 공간의 구조, 책판을 꺼내고
정리하는 방식까지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요.
또 책판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따라가며
장인의 손길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인쇄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줘요.
VR 콘텐츠는 특히 학생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이는 체험을 통해 고전 문화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주죠.
기록은 과거가 아닌,
지금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안동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은
수백 년 전 선비들의 정신과 글,
공동체의 기억과 실천이 살아 숨 쉬는
‘지식의 공간’이자 ‘철학의 공간’입니다.
책판 하나, 편액 한 줄에도
당대의 고민과 바람, 시대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그 기록들은
이제 더 이상 ‘닫힌 장판각 안의 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이후 세대에게 연결할 수 있는
열린 기억의 유산이 되었어요.
📍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
위치: 경북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내
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
관람료 : 무료 (단체 해설 예약 가능)
주차 : 유교문화박물관 전용 주차장 이용 가능
안동을 방문하신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기록을 보고 나오는 길엔
‘나는 지금 어떤 기억을 남기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남을 거예요.
그리고 뿌듯한 자부심이 마음속에 새겨질 겁니다.
본 내용은 정대호 안동시
SNS 기자단 개인의 의견으로,
안동시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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