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군산 가볼만한 곳 – 말랭이마을, 일본식 가옥
군산으로 과거 여행 떠나보아요
“군산” 하면 전북(이하 전북특별자치도)을 대표하는 항구도시이죠. 자동차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대표 무역항인 군산항이 있기도 하고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서로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방조제인 새만금 방조제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중 군산항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9년 개항하였으며 이후 일제강점기 때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와 가까워 일제는 이를 이용해 수탈의 주요 거점으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군산에는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흥동 일대에는 여전히 일본식 가옥과 사찰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 취재기는 근대 역사와 함께 풀어보는 군산의 당일치기 여행입니다. 선유도나 경암동 철길마을 등 볼거리가 제법 많은 곳이 군산입니다만 저는 포스팅을 통해 군산의 옛 동네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군산 말랭이마을과 신흥동 거리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7080 추억여행
군산 말랭이마을
2년 전에도 이곳을 와본 적이 있습니다만 군산 말랭이마을을 둘러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마을 앞에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신흥동 거리, 초원사진관 그리고 4차선 도로를 넘으면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까지 마치 물 흐르듯 하나의 관광코스가 완성됩니다. 여행 코스의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신흥동 일대는 반나절 군산 여행 코스로 잡아도 될 정도로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동네가 되겠습니다.
신흥동 말랭이마을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나면 주차장에서는 일반 주택으로 가려져 있어 처음 오신 분들은 자칫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하실 수 있습니다. 공영주차장에서 나와 왼쪽으로 난 골목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비로소 군산 말랭이마을 초입에 다다릅니다.
그런데도 주차장 옆에 난 오르막길을 가 봤습니다. 차에 내리자마자 사진 속 원형 구조물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지요. 시계를 형상화한 구조물의 시침과 분침이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가리키는 모습을 보고 군산 말랭이마을은 “1970~1980년대 시간여행”이라는 마을 컨셉으로 조성되었음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철로가 놓인 샛길로 마을 입구로 가보기로 합니다. 일단 눈에 가장 크게 들어왔던 거대한 벽화와 그 아래 놓여있던 철로가 꽤 인상적이어서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며 말이죠.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 위에는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망중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녀석들이 여러 방송에서 출연하기도 하고 이 동네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더라고요.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드디어 말랭이마을 초입에 도착하는데요. 군산 말랭이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산비탈 길에 판자를 대어 집을 짓기 시작하며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산비탈의 전라도 방언인 “말랭이”의 이름을 따 오늘날의 말랭이 마을이 되었습니다.
마을 바로 앞에는 일명 “히로쓰 가옥”이라고 불리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자리 잡고 있고 말랭이 마을 앞 신흥동 일대에는 3~40년대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살았던 신흥동 거리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저는 평일에 방문하였기에 마을에는 이날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는데요. 원래는 한 달에 한 번씩 “신흥동 말랭이마을 골목잔치”가 열리며 스탬프 투어, 막걸리와 파전 체험, 각종 공예품 만들기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기상 여건 및 추운 날씨 등의 이유로 신흥동 말랭이마을 골목 잔치는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는데요. 말랭이마을 골목 잔치의 재개 일정은 신흥동 말랭이 마을 공식 블로그에서 공지한다고 하니 방문하시기 전에 블로그를 통해 미리 참고해 주세요.
▽▼신흥동 말랭이 마을 공식 블로그▽▼
신흥양조장은 막걸리 양조 체험과 막걸리 시음을 비롯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요. 마을 주민분들께서 직접 운영하시는 곳으로 누룩을 빚어 막걸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각종 체험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신흥양조장 내에는 마치 7080을 그대로 재현한 듯, 복고 컨셉의 독특한 인테리어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팔지 않는 옛날 소주와 사이다 광고 벽보와 친구들 또는 남녀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파전에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는 벽화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 막걸리 체험 비용 5천 원, 막걸리 한 병에 5천 원, 파전 1만 원)
양조장 옆 오르막길을 따라 추억 전시관으로 가보기로 했는데요.
말랭이마을 추억 전시관은 1관과 2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층 규모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7080 테마로 조성된 추억 전시관은 옛 기성복 체험 코너와 당시 시대상을 그린 벽화 등 당시의 의식주 등을 전시해놓은 곳입니다.
추억 전시관은 기성복 의상 체험 코너와 옛 거리 풍경을 묘사한 코너들로 채워졌는데요. 좀 더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로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1970년대 또는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5~60대 중년 분들이라면 그리운 옛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2년 전 군산 말랭이마을에서의 스탬프 투어는 말랭이마을의 구석구석 콘텐츠를 여행하며 도장을 하나씩 찍어 나가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스탬프를 모두 찍어오면 파전을 서비스로 주시기도 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따뜻한 춘삼월에 말랭이마을 골목 잔치 행사 때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더라고요.
비단 말랭이 마을뿐만 아니라 경암동 철길마을에 이르기까지 군산 여행 코스 중 상당수는 “7080” 또는 “레트로” 컨셉에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군산 추억 여행이 될 듯싶습니다.
4월에서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우물 펌프 체험은 물론, 비록 사진에 다루지는 않았지만, 중견 탤런트 김수미 씨가 살았던 김수미길 또는 김수미 생가도 말랭이마을에서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근대사를 그대로 간직한 곳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말랭이마을에서 조금 벗어나면 신흥동 거리가 쭉 이어지는데 신흥동 거리에는 흔히 “일본식 가옥”이라 불리는 적산가옥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 적산가옥이란 뜻은 말 그대로 “적(敵)이 남긴 가옥”이란 뜻이지요.
신흥동은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인들과 지역 유지들에 의해 마을이 조성되면서 군산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불리었다고 하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건축물로 포목점 사장이었던 “히로쓰 게이샤브로”라는 사람에 의해 건축된 “신흥동 일본식 가옥 (속칭하여 히로쓰 가옥)”이 있습니다.
“증강현실(AR)로 보는 군산근대문화유산”이라 하여 군산 시내 여러 근대문화유산(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뜬다리 부두(부잔교)·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등 총 9곳)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실행하여 표지에 있는 마커를 비추면 과거의 옛 모습을 3D로 재현한 AR 연출을 감상하실 수 있는데 이 역시 내레이션과 함께 제공되므로 문화해설사가 없이도 쉽게 해당 지역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일본의 초고급 료칸이 연상될 정도로 화려한 조경과 웅장한 규모의 일본식 목조 주택은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회장님댁”과 비슷한 대규모의 단독주택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인의 고혈을 짜 축적한 재산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었던 일본인 지주의 생활을 건물의 웅장한 풍채로나마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건물의 보존 목적으로 실내를 들여다볼 수 없지만 실내는 1층에는 우리나라의 온돌구조를, 2층에는 다다미 구조를 혼합한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아주 잘 분재한 소나무들인데 이 나무들이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던 나무인지는 확인할 길은 없지만 조경이 아주 예쁜 정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이 일본식 가옥을 둘러보면 넋이 나가고는 합니다.
나주와 포항, 전국 일대에서도 적산가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렇게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는 일본식 가옥은 드문 것 같습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일본의 패망 이후 한국제분 이용구 사장의 소유로 넘어갔다가 현재는 이용구 사장의 손녀가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 2005년 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되었으며 이곳에서 영화 “장군의 아들”, “바람의파이터”, “타짜”등 많은 영화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일본식 가옥을 나와 신흥동 거리를 둘러보면 일부 적산가옥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꾸고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옛날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가옥들도 남아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신흥동 거리는 우리나라의 거리가 아닌 약간의 일본의 거리를 걷는듯한 이국적인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군산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와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동국사는 군산 말랭이마을에서 도보로 약 600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1909년 일본의 노승인 ‘우치다 붓칸(內田佛觀)’이 금강선사라는 포교당을 세우고 일본인 지주들의 후원을 받아 절을 키워 1913년 이 자리에 금강사라는 절을 세운 것이 동국사의 모태가 되었지요.
광복 이후 한국불교의 절로 바뀌어 오늘날의 동국사가 되었습니다. ‘동국사(東國寺)’라는 이름은 ‘해동(海東) 대한민국(大韓民國)’을 줄여 일본의 사찰이 아닌 대한민국 사찰이라는 뜻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저는 지난 2016년과 2018년,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여행하면서 일본의 사찰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요. 한국의 사찰에 비해 기다란 기와지붕 형태로 일본 사찰 고유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동국사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찰의 목조양식과 같이 긴 지붕 선을 얹은 기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동국사의 종각에는 일본 불교 종파 중 한 곳인 조동종이 지난 1993년 일본의 태평양전쟁과 조선 침략에 대한 지난 일본 불교계의 과오를 반성하는 ‘참사문(懺謝文)’과 이를 새긴 비석이 새겨져 있으며 종각 옆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찰의 대웅전은 보통 가운데 문인 ‘어간문(御間門)’과 옆문, 좌·우측 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간문은 보통 큰 스님 또는 주지 스님이 이용하는 문이며 일반 신도들은 그 옆문을 이용하는 한국 사찰의 전통과 예법을 따르지만, 동국사의 대웅전은 일본식 구조로 되어 있어 위 사진과 같이 누구나 정문으로 출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닫혀있던 대웅전을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속으로 망설이던 와중에“누구나 들어오셔서 참배할 수 있는 문입니다.”란 문구가 어찌나 따뜻하고 친절한 느낌을 주던지 문을 열고 들어와 기도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망자의 극락왕생과 남은 가족의 행복과 평안을 기도드리고 나왔습니다.
동국사 대웅전의 불상은 석가여래와 그의 2대 제자인 가섭과 아난존자가 서 있습니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가섭과 아난을 나란히 끼고 있는 석가여래상 중에는 유일하게 150cm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군산 말랭이마을과 신흥동 거리, 그리고 동국사까지 둘러보았는데요. 그 외에도 군산에는 선유도와 새만금 방조제, 경암동 철길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지만 이렇게 도보로 10분 거리 이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네는 아마도 신흥동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를 알아가는 역사 여행과 더불어 7080이라는 추억여행도 할 수 있으니 군산을 찾는다면 여행지로 신흥동을 방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글, 사진=조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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