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가톨릭대 옆에는 경기도 최초의 성당인 갓등이 왕림성당이 있습니다. 갓등이 지방에 복음이 언제 전파되었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지만 앵베르 주교가 1839년 어느 날의 일기에 ‘갓등이 공소’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그의 기록 이전에 이미 교우촌이 형성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886년 병인박해 이후 대부분의 외국인 신부들이 체포되거나 추방을 당하게 됩니다. 이후 1882년 조미통상수호조약 이후 다시 들어온 선교사들은 선교 자유를 보장받으면서 1888년 한강 이남에 첫 본당을 설립하게 되는데 그곳이 갓등이 왕림본당입니다.

갓등이 왕림성당은 지난 2020년 11월에 천주교 수원교구 순례사적지 제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을 시작으로 수원 북수동 성당, 미리내 성지, 하우현 성당, 발안 성당, 남양 성당이 분당을 하면서 경기도의 각 지역에 신앙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으니 그 중요성을 인정받은 겁니다. 수원교구 도보성지 순례길인 디딤길의 세 개의 코스 시작점도 이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투박해 보이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경기도 최초의 성당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초대 신부님부터 직전의 신부님 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로비 한쪽에는 순례 사적지를 인증하는 스탬프와 함께 성당을 알리는 팸플릿이 준비되어 있는 게 보입니다.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에는 없는 곳이지만 경기도 천주교 사적지로 중요한 곳이니 팸플릿에 스탬프를 찍어봅니다.

경기도 신앙의 모태인 본당 내부는 의외로 소박합니다. 1889년 앙드레 신부가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가 성당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성당은 여러 신부를 거치면서 증개축을 했으며, 지금의 성당은 1971년에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갓등이 왕림성당은 요즘의 성당들처럼 스테인드 글라스가 없어도 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경기도 최초의 성당,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의 성당이라는 타이틀은 13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신앙의 모태인 곳이니 화려한 치장이 필요치 않습니다.

본당을 나와 성모동산 너머로 오래된 한옥 한 채를 바라봅니다. 옛 사제관을 쓰였던 건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관리상의 문제로 개방을 하지 않는 곳이라 돌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이한 단어인 ‘갓등이'라는 단어는 ‘갓을 쓴 등불’이라는 뜻으로 박해의 시대, 신부님을 뜻하는 지칭으로 이곳 왕림 교우들이 사용하던 은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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