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동구 청소년들과 함께 되살려낸 ‘방어진블루스’
명예기자 이진규
2019년 대왕암소식지에 실린 짧은 사연과 손으로 그린 한 장의 악보로부터 ‘방어진블루스’의 복원이 시작 되었다. 대왕암소식지를 통해 이미 소개 된 바와 같이 방어진블루스는 함경도 출신 청년 박용익이 방어진에서 피난생활 중에 겪은 애환을 담아 만든 노래이다. 70여년전의 이 노래를 6.25전쟁 70주년(2020년)을 맞아 동구의 청소년들이 복원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먼저, 다소 막연한 원곡의 사연을 이야기로 구성 할 필요가 있었다. 고달픈 피난생활 중에 사랑한 여인이 있었지만 결국 이루지 못한 것에 초점을 두어 스토리텔링을 했고 노랫말 중 '하소'와 같이 요즘 청소년들이 잘 쓰지 않는 가사를 '사연'으로 바꾸는 등 요즘 감각에 맞추고자 했다.
이어, 흐릿하게 채보된 악보를 되살리는 작업과 함께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를 알기 위한 오리지널 녹음에 들어갔다. 이 작업은 임혜원이 맡았다. 임혜원은 방어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경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학창시절 동구청소년문화의집을 대표하는 보컬로 손꼽혔던 만큼 출중한 노래실력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녹음파일이 완성 되었다. 동시 진행된 랩 버전은 강준구 학생(당시 대송고 2학년)이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재해석했다. 강준구 학생의 랩버전은 원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아닌, 방어진블루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으로 가사를 썼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방어진블루스를 시민들 앞에 선보이고 싶었지만 당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가로 막혔다. 그렇게 아쉬움이 커지던 차에 랩버전 반주(비트)를 만든 이제윤이 새롭게 밴드를 구성했다. 이제윤은 방어진고등학교 출신으로 당시에는 유명한 춤꾼이기도 했다. 로이(ROY)라는 이름으로 울산을 대표하는 디제이(DJ)이자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윤은 전통악기 해금과 통기타를 추가해 애잔한 감상을 더한 노래로 만들어 냈다.
노래는 박하늘이 불렀다. 박하늘 역시 동구 출신으로 음악을 전공하고 보컬트레이너로 활동했다. 동구청소년문화의집은 울산 동구를 대표하는 청소년기관인 만큼 수많은 아이들이 전문가로 자라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방어진블루스 복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70년이라는 세월은 까마득히 긴 시간이고, 역사라는 것은 어쩌면 어려운 주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어진블루스의 복원 과정에서 만난 우리 동네의 이야기는 새로움을 넘어 성취감과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겨나는 작업이었다.
또한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청소년들이 가진 재능을 다시 한 번 발견 할 수 있는 보너스 같은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지역 청소년들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 방어진블루스가 누구나 공유하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쟁의 고단함을 덜어주었던 70년전 방어진블루스 처럼 지금의 청소년의 활동이 작으나마 우리 동구에 힘이 되길 바라본다.
※ 대왕암소식지 2020년 겨울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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