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전
<기자칼럼> 미사고
[5월 소식] #대전서구 #대전서구소식 #5월소식
<기자칼럼>
미사고
우혜인 기자
대전일보 취재2팀
참 아이러니하다. 밖에서는 낯선 이에게도 친절하고, 직장에서는 예의 바르게 말하려 애쓰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툭툭 말을 던지곤 한다. 때론 짜증을 내고, 때론 상처 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그리고 후회는 늘 그 뒤에야 찾아왔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이 관계가 쉽게 깨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 한마디에 관계가 틀어질까 조심하는 타인과는 달리, 가족에게는 그런 조심성이 없다. 늘 곁에 있으니 당연하다고 여기고, 사랑도 고마움도 생략한 채 살아간다. 그만큼 가족은 우리의 감정이 가장 쉽게 흘러 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그 마음을 되짚어 보게 됐다. 제주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 집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딸 금명이가 엄마 애순에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자 엄마 애순이는 담담하게 답한다. "그래, 엄마처럼 살지 마. 그래도 엄마도 행복했어. 쨍쨍한 순간도 많았어. 엄마 인생 좀 인정해 줘."라고, 엄마 애순이의 그 한마디가 어찌나 기억에 오래 남는지… 가난했지만 웃음이 있었고, 부족했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을 부정하지 않는 부모의 삶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딸 금명이가 아버지 관식에게 말한다. "자꾸 멀리 뛰고 싶은데, 그럴수록 죄책감이 발목을 잡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왜 내가 미안할 일이야?" 그 복잡한 감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사랑하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고, 고마우면서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 어쩌면 우리 모두가 품고 사는 감정일지 모른다.
우리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라는 말은 마음속에선 수백 번도 더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망설이게 된다. 부끄럽고 어색해서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곧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온다. 이쯤이면 용기를 내도 좋지 않을까.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꺼내보자. "엄마, 아빠. 나 사실 많이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했어요. 사랑해요." 그 짧은 말 한마디가 가족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덥힐 수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서툴러도 괜찮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짧고, 가장 애정 어린 말이니까. 이번 봄엔, 그 말을 가족에게 선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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