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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걸어온 한의학 외길 최평락 한의사를 만나다[2025년_5월호]
묵묵히 걸어온 한의학 외길
최평락 한의사를 만나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지나 돌아온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았다.
한의학 외길만을 걸어온 최평락 원장은 공기 좋고 물 맑은 여주에서
아픈 이들을 돌보고 텃밭에 약초를 심으며, 세월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글 두정아 사진 박시홍
한의사 되어 60여 년 만의 ‘귀향’
최평락 원장의 하루는 텃밭 일구기로 시작된다. 한약재로 사용되는 작약 등의 약초가 주요 작물이다. 고향을 떠난 지 어언 60년. 여주 상동에서 나고 자란 최 원장은 서울에서 43년간 환자를 돌보다 지난 2022년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한옥을 짓고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땅을 알아보는 데 3년이 걸렸다.
“산다는 게 참 묘하지요. 집안 내력도 없는데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고, 고향을 떠날 때만 해도 낙향해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먹을거리에 관한 관심과 정서적인 이유로 흙냄새 맡으며 살고 싶어 귀향하게 되었는데, 내가 여주 촌놈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채 3년이 걸리지 않았지요. 짧은 시간에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에 금방 스며드는 것을 보니, 그래서 고향을 자신의 뿌리라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임에도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진료에 매진한다.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은 점봉동에 문을 연 덕분에 최평락한의원에는 서울에서 오랜 인연을 맺어온 환자들도 종종 방문한다. 최 원장은 환자들에게 ‘진료 보러 온 김에 신륵사와 영릉 등 관광지 구경도 하고, 로컬 푸드도 가보시라’라고 권하며 고향인 여주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여주 사람을 품다>에 건강 칼럼을 연재하게 된 것도 고향에 대한 각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최 원장은 지난해 첫 칼럼인 ‘무더위와 냉병’을 시작으로 매월 <여주 사람을 품다>의 독자와 만나왔다. 건강 지식은 물론 최 원장의 어린시절 추억과 그 시절 여주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최평락한의원 진료실에서 최 원장을 만나 43년간 한의사로 살아온 소회와 고향인 여주로 돌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주시민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 칼럼을 연재하셨습니다. 마지막 원고를 탈고하신 소감은 어떠신지요?
오늘날 우리는 잡다한 건강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칼럼이 자칫 이런 허접함에 하나 더 보태는 것은 아닐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더욱이 글은 말과 달라 기록으로 남지요. 언제고 다시 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게 늘 조심스럽지요. 지식을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네 개의 총론을 12편으로 엮었습니다. 칼럼의 핵심을 잘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건강 이야기뿐 아니라 여주의 옛이야기를 만나는 것 또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의 고향이란 벌써 60년이나 지난 일이어서 이를 추억하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흥초등학교 앞이 (이목)고갯길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요. 기억의 실마리를 아버님께 여러 차례 확인했습니다. 구순을 넘기신 연세라 조금 전의 일도 더러 잊어버리시곤 하는데 그 옛날 주변에 살던 분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또렷이, 그리고 소상히 기억하시는 것이 신기합니다.
1982년 개원 후 43년째 한의 연구와 진료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한의학이라는 남이 잘 가지 않는 길이 신비하기도 했고 흥미도 있어 입문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지요. 이런 까닭에 처음 한의를 접하고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재야의 여러 선생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배우고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한의학은 배운 대로 행하는 학문이라 뚝심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온갖 한의학을 모두 섭렵하여 허준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밤낮으로 오직 공부에만 매진한 시절이었지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건강관리 또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대에,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기본은 우리 몸의 기운을 잘 만드는 일인데 밥을 잘 먹고 몸을 적당히 움직여야 하지요.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은 영양가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몸을 적당히 움직이는 것도 반드시 운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역량에 맞추어 적당한 신체활동을 하라는 것이지요.
원장님의 삶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한의사로서 환자를 보실 때 마음가짐이 있으시다면요.
균형과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능력보다 무리한 일을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대충 살자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부지런히 살되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사는 태도를 중시하는 겁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환자 개개인의 균형과 조화에 맞는 처방을 지향합니다.
2011년 출간한 ‘가깝고도 먼 한의원’을 통해 한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신 바 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한의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양의학과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환자에 대한 정의와 치료 이론이 달라요. 그런데 요즘 세상에선 양방이론만 주장하며 한의학은 시대에 뒤떨어진 의술로 치부합니다. 특히 요즘은 한약이라고 하면 광고에나 자주 나오는 흑염소진액 쯤이 전부인 양 여기는 것이 참으로 불편합니다. 또한, 한방 치료는 원리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서양의학과 한의학적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고 봅니다. 침이 필요할 때도, 한약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한약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인 여건에 맞는 건강 정보를 통해 신체조건과 생활형편에 걸맞은 운동과 섭생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지역 의료체계와 협력해 노년의 건강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요.
꽃피는 5월을 맞아, 봄에 먹으면 좋은 건강식으로는 무엇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자연에서 나는 봄나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의 산과 들에서 돋아나는 새순을 맛있게 적당히 먹으면 좋지요. 가급적이면 자연산이 더 좋고, 그중에서 으뜸은 쑥입니다.
고향인 여주는 원장님께 어떠한 곳인가요?
내 고향 여주는 참 살기 좋은 곳입니다. 물과 흙이 좋을 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지요. 서로 좋은 이웃이 되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했으면 합니다. 제가 한 가지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교통편과 접근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사람들에게 여주는 심리적으로 멀어요. 바로 옆 양평이 가깝다고 느끼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여주가 좀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늘 하듯 아픈 이들을 돌보고 텃밭에 약초 심어 가꾸는 것입니다. 세월에 순응하며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노년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평락 원장
여주 출신 한의사 최평락은 1954년에 태어나 경기고등학교,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에서 석사, 인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한약 분쟁 시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와 정책기획위원으로 일했으며, 대한한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다양한 언론과 사보, 잡지에 건강칼럼을 집필해 왔으며, 최평락한의원을 운영하며 한의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최평락한의원
위치 여주시 웅골로 145
시간 수·목·금·토 9:00~18:00 (일·월·화 휴진)
문의 031-885-7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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