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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동물 한 마리

온 동물원이 키웁니다

전주동물원에 새 식구가 생겼다. 이름은 여령이. 한두 살로 추정하는 어린 수컷 여우다. 붉은여우 개량종인 마블폭스로 분양가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반려동물이다. 야생동물이 아닌데 어떻게 동물원에 오게 된 걸까.

동물원에 간 반려동물

여령이를 처음 발견한 곳은 2월 전주 덕진체련공원 내 테니스장이다. 시민이 전주시에 신고했고, 시 동물보호팀과 포획반은 구조를 위한 포획작업에 나섰다.

전문가의 판단 결과 여령이는 일반 여우가 아니라 붉은여우 개량종인 마블폭스로 밝혀졌다. 온몸이 흰 털로 덮여 있고 눈과 몸에 독특한 황갈색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야생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종인 만큼 누군가 반려동물로 키우다가 잃어버렸거나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구조 후 10일 동안 보호자를 기다렸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소유권을 가지게 된 전주시는 전주동물원에 입양을 제안했고 동물원은 긴 논의 끝에 수용했다.

전주동물원이 유기동물을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계자는 “제한된 공간에서 키우는 게맞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가정집에서 자란 동물을 야생으로 무작정 돌려보낼 수 없었고, 다른 곳에 입양 보내도 상업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사랑으로 자라나는 여령이

여령이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 법도 한데 남다른 적응력을 보인단다. 담당인 이희정 사육사는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냄새 맡고 탐색하는 걸 보면 적응력이 높은 친구”라며 “사람 손길이 익숙한 듯 가까이 가도 경계심을 보이거나 놀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모든 동물이 사랑스럽지만 그중에서도 여령이는 특히 애정이 간다고. 버려진 아픔을 보듬어 주고싶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고 있다.

이 사육사는 “처음에는 사료를 주다가 여우 식성을 고려해 밀웜(meal worm, 먹이용 애벌레)과 닭고기로 바꿨는데 잘 먹는다. 적응을 돕는 행동풍부화 프로그램도 놀라울 정도로 잘 따라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물의 행복한 안식처

여령이 소식이 알려지자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도 늘고 있다. 아기 여우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며 동물원 측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모르고 방문한 관람객들은 사육사 노트에 적힌 사연을 읽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친단다.

기쁘면서도 우려스럽다는 이 사육사는 “습성을 알지 못한 채 겉모습만 보고 키우다 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물을 키우는 데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이들을 물건처럼 쉽게 사고파는 구조도 개선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여령이 입양을 계기로 동물원의 순기능과 역할이 알려져 기쁘다”는 유동혁 사육사는 “갈 곳 잃은 혹은 다친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남은 생은 행복하게 보내자’라는 이름대로 여령이가

이제는 편안하길,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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